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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임후 첫 안무…국립무용단 김상덕 감독의 ‘리진’] 춤사위로 환생한 조선 무희의 삶
국립극장 2016-2017 시즌 피날레
조선말기 궁중 무용수‘리진’이야기
남녀간 사랑과 두여인 우정·경쟁까지
연기적 요소 강조한‘3세대 무용극’
28일~7월 1일 해오름극장


“리진은 우리(국립무용단)의 이야기입니다. 무용수로서 삶을 관객에게 알리고 싶었지요. 첫 작품이라 안정적인 선택이기도 하고요. 다만 이시대 트렌드에 맞는 극이 될겁니다. 말 한마디 없는 무용극이지만 끝나고 나면 한편의 드라마를 본 듯, 영화를 본 듯 한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개막을 2주 앞두고 막바지 연습이 한창인 국립무용단 연습실에서 만난 김상덕<사진> 예술감독은 2016-2017 레퍼토리 시즌 피날레 작품인 ‘리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국립무용단이 5년만에 신작 무용극 `리진`을 선보인다. 2016-2017 시즌 피날레 작품이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김상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의 첫 안무작으로 공연계 안팎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도화 역 장윤나(위쪽)와 리진 역의 이의영.

무용극이 돌아왔다. 국립무용단이 신작 무용극을 내 놓은건 지난 2012년 ‘그대, 논개여’ 이후 5년만이다. 오랜만의 무용극인데다 김상덕 감독 취임후 첫 안무작이다. 더구나 김상덕 감독은 1년 4개월여의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공백기를 깨고 작년 10월 취임했으나, 당시 어수선한 시국과 맞물려 ‘차은택 라인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비록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중앙 무대 경력이 적은 김 감독에 대한 시선이 마냥 우호적이지만은 않은게 사실이다. 리진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다.

“저에 대한 관심이 크신거라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건 이렇다, 저건 저렇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공연으로 보여드리는 것이 나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김 감독은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리진은 이전 무용극과 전혀 다른 작품, 무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제 3세대 무용극’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립무용단 초대 단장인 송범 선생님이 마련한 레퍼토리를 1세대, 국수호ㆍ조흥동 선생님이 보여준 신화나 굿을 소재로한 무용극을 2세대라 볼 수 있다”며 “3세대 무용극은 한국춤의 움직임을 모던하게 다듬고, 뮤지컬과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연기적 요소를 강조한다”고 말했다. 음악, 이야기, 주제 등 관객과 현실적 접점을 강조하는 한편 전통춤을 재료로 세련미와 동시대성을 추구한다는 설명이다.

신작 ‘리진’은 조선말기 궁중무희 ‘리진’의 이야기를 담았다. 1890년대 프랑스 공사로 조선에 주재했던 이폴리트 프랑댕이 쓴 조선 견문록 ‘앙 코레’(1905)에 등장하는 인물로, 초대 프랑스 공사인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와 사랑에 빠져 프랑스에 갔으나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고 전해진다. 그 실존여부에는 논란이 있으나, 정치사회적 격변기인 조선 말기 궁녀신분으로 외국에 나갔다는 것 만으로도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김탁환이 쓴 ‘리심’이나 신경숙의 ‘리진’이 같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다. 무용극은 소설을 바탕으로 하지만 극적 긴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도화’라는 라이벌 무희가 등장한다.

“기본적으로 남녀간의 사랑이야기를 근간으로 하지만 두 여인의 우정도 넣었습니다. 여자들만이 가지는 우정과 무용수로서 숙명인 경쟁도 함께 그려집니다. 예를 들면 귀빈을 맞이하기위해 춘앵무를 준비하는 장면이 있는데, 원래는 도화가 센터에서 춤을 이끕니다만 예행연습을 보던 중전이 리진을 센터역으로 낙점합니다. 무용하는 사람들에겐 상당한 공감대를 주는 대목인데, 관객들도 같은걸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전통춤의 재해석도 주목받는 부분이다. “조선을 고전, 프랑스를 신세계로 상정한다면 조선에 관련된 것은 모두 전통춤이 나올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리진이 추는 춘앵무도 모던하게 손봤습니다. 다만 전반적으로 한국적 춤사위가 들어가 포인트가 되듯 녹아있을 겁니다”

소설의 방대한 스토리를 80분 동안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과제다. 무대 한쪽에선 국제정세를 논하고, 다른 쪽에선 연회가 이어지는 당시의 상황을 풀어내는 장면이 나오는가 하면, 리진이 프랑스로 건너간 이후 시간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고민도 계속된다. 뮤지컬 ‘레베카’ ‘베르테르’ ‘황태자 루돌프’ 등 독특한 무대디자인으로 유명한 정승호디자이너와의 협업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음악은 작곡가 김성국이 맡았다. 서양악기를 중심으로 조선 시대 가창 음악인 정가 등을 활용한다.


이러한 시도의 바탕엔 국립무용단의 변화가 있었다는게 김 감독의 말이다. “국립무용단의 역사를 살펴보면 최근 5년간의 변화가 상당합니다. 무용단으로 역할부여가 명확해 졌고, 시스템의 변화도 뒤따랐습니다. 전통춤을 현대화한 ‘향연’, ‘묵향’을 비롯해 해외 안무가와 협업한 ‘시간의 나이’ 등 이제 우리 무용도 세계무대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지요”

안호상 국립극장 극장장은 “최근 국립무용단의 방향이 다양해지면서 무용극에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는데, 기대와 요구가 엄청 크다는 걸 잊지 않았고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공연은 6월 28일부터 7월 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무대에 오른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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