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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카고 타자기’가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tvN ‘시카고 타자기’가 최종화에 가까워지며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베일에 가려졌던 드라마의 주제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시카고 타자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울림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여러 명장면과 명대사를 통해 그 울림의 이유를 살펴봤다.

‘시카고 타자기’는 일제강점기 독립투사들의 삶을 조명한다. 서휘영(유아인 분)과 류수현(임수정 분), 신율(고경표 분)은 당시 일제에 항거하던 독립투사이자 동지였다. 그들로 대표되는 독립투사들이 그렸던 해방된 조선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떤 고민을 안고 그 시대를 살아갔을지 우리는 ‘시카고 타자기’를 통해 엿볼 수 있다.

9회에서 고경표가 조선총독부가 사라진 광화문 풍경을 처음으로 접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바칠 게 청춘밖에 없어서... 수많은 젊음이 별처럼 사라졌는데... 해냈네요. 우리가.”라는 그의 말은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자유가 그들이 목숨을 바쳐 가면서 이루고 싶었던 대상임을 환기시킨다. 뿐만 아니라 시대적 소명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눌러야 했던 등장인물들의 고뇌 등 ‘시카고 타자기’는 다양한 장면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일제강점기 독립투사들의 삶에 공감하게 만든다.


또 지난 13, 14회에서 목숨을 걸어야 하는 거사를 앞두고 청년들은 저마다 해방된 조국에서 꿈꾸는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 역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일제에 빼앗긴 논마지기를 찾아 시골에 계신 노모를 모시고 살아가는 게 행복”이라고 말하고, “순사가 꿈인 아들이 일본의 순사가 아니라 조선의 경찰이 되는 게 소원”이라고 하고, 이제 막 딸아이의 아빠가 된 청춘은 그렇기 때문에 하루빨리 해방된 조국이 되어야 하기에 거사를 위해 달려왔다고 말하는 등 너무나 소소하고 평범했던 것.

‘시카고 타자기’는 단순히 과거의 일을 조명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2017년을 사는 우리들에게 과거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건넨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1930년대 전생과 현생을 오가는 ‘시카고 타자기’만의 독특한 구성이다.

가령 7회에서 전생의 서휘영이었던 한세주는 과거를 떠올리자는 고경표의 요구에 “현생의 삶도 이렇게 지치고 피곤한데, 내가 왜 전생의 삶까지 어깨에 짊어져야 하는데. 그걸 알아서 현생에 어떤 도움이 되는데?”라고 묻는다. 이랬던 한세주는 전생에서의 일이 현생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깨달으면서 점차 변해간다. 이러한 한세주의 모습은 ‘시카고 타자기’를 보면서 변해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이 주제의식은 과거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한세주의 말에 대한 유진오의 대답에서도 잘 드러난다. “잔재를 남긴 과거는 극복된 과거가 아닙니다. 청산되지 않은 과거는 부패되고, 치죄되지 않은 잘못은 반복됩니다.” ‘시카고 타자기’는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과거를 잊지 말아야 함을, 진지하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전달한다.

후반부에 들어 등장인물들의 전생에서의 퍼즐이 맞춰지면서 진수완 작가의 의도 역시 명확해지고 있다. 드라마의 제목이자 독립투사들이 즐겨 사용하던 총의 별명이기도 한 ‘시카고 타자기’가 남은 회차에서 시청자들에게 전해줄 울림이 기대되는 이유다.

tvN ‘시카고 타자기’는 이제 단 2회만을 남겨 놓고 있다. 마지막 이야기를 통해 어떤 울림을 선사할 지 관심이 쏠린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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