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시승기]장거리 선수로 변신한 우사인 볼트…벤츠 ‘더 뉴 SL 400’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역도 선수가 순간적으로 강력한 힘을 발휘해 무거운 역기를 드는 것이 토크라면 마라톤 선수가 지구력으로 먼 거리를 지속적으로 달리는 힘은 출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한 수입차 브랜드 정비 담당 전문 임원이 설명한 내용이다. 자동차 주행성능의 기본이 되는 토크와 출력을 조금 더 쉽게 역도와 마라톤에 비유했다.

무수히 많은 자동차 중 유독 달리기에 특화된 모델들이 있다. 뛰어난 엔진 회전력으로 폭발적인 순간 스피드를 뽐내거나 가속페달을 길게 꾹 밟았을 때 일정 속도 이상으로 쭉쭉 올라가는 힘이 돋보이는 모델이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더 뉴 SL 400은 후자에가까운 모델이었다. 마치 100m 세계기록 보유자인 우사인 볼트가 결승선을 통과한 뒤 멈추지 않고 상당한 거리를 일정 속도 이상으로 계속 달리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토크도 물론 뛰어나지만 출력이 더 눈에 띄는 모델인 셈이다. 

더 뉴 SL 400은 2개의 시트에 컨버터블 기능을 갖추고 낮은 전고에 긴 프론트 오버행을 갖춘 전형적인 로드스터다. 낮고 앞이 긴 모양새는 옆에서 봤을 때 확연히 눈에 들어온다. 이미 외관 디자인만으로도 달리기에 최적화됐다는 느낌을 준다.

전고가 낮기 때문에 차에 타고 내리는 동작은 조금 어색하거나 불편할 수 있다. 정숙하고 편안하게 타는 정통 세단이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불편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시트에 앉는 순간 지면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는 위치라는 것을 감지하게 됐다. SUV 시트 포지션이나 시야에 익숙하다면 초반 적응이 필요한 부분이다.

시승을 시작한 서울 도심 구간에서는 SL 400의 매력을 크게 느끼기 힘들었다. 여느 모델처럼 신호를 대기하고 가다서다를 반복한 끝에 외곽으로 빠져 나가는 자동차 전용도로에 진입했을 때부터 주행성능을 시험했다. 

평일 한적한 오후 뒤따라오는 차가 별로 없는 구간에 앞차와의 거리를 최대한 벌려 놓고 가속페달을 힘껏 밟자 370마력의 위력이 여지없이 발휘됐다. 짧은 순간 50㎏ㆍm가 넘는 토크의 힘도 인상적이었지만 쭉뻗은 직선코스를 달릴 때 속도가 차곡차곡 쌓이는 지구력이 더욱 돋보였다.

더욱이 이번 SL 400에서 SL 최초로 9단 변속기를 탑재한 특징답게 고속으로 올라가는 과정이 무척 부드러웠다. 반대로 감속 단계에서도 안정적이고 유연하게 제동돼 이를 바탕으로 더욱 속도감을 즐길 수 있었다.

속도감과 함께 역동성을 가미하는 부분은 사운드였다. 더 뉴 SL 400에 새롭게 적용된 엔진 사운드 제네레이터는 트렁크 아래 쪽에 위치해 운전자의 가속, 엔진 속도 그리고 부하 상태에 따라 스포츠 배기음을 생성한다. 

SL 400의 또다른 특징은 컨버터블이라 탑을 열고 달릴 수 있다는 점이다. 루프탑에 최초로 오토매틱 트렁크 세퍼레이터(Automatic boot separator)가 기본 적용됐다. 루프 개폐를 위해 트렁크 안쪽에 위치한 트렁크 세퍼레이터를 수동으로 직접 여닫아야 했던 기존 모델과는 다르게 오토매틱 트렁크 세퍼레이터는 자동으로 작동해 오픈탑 드라이빙을 더욱 편리하게 해준다.

늦은 오후 다소 찬바람이 불던 5월 운전자 및 동반자의 머리와 목 부위를 따뜻한 공기로 감싸주는 에어스카프가 꽤 도움이됐다. 또 전면에 맞바람이 차단되도록 전동 바람막이가 작동했고 오픈 전 찬공기가 나오던 곳에서는 훈풍이 저절로 불어왔다. 

단 매뉴얼에서는 시속 40㎞ 이하 속도에서 전자식으로 탑이 열린다고 나오지만 실제에서는 완전 정차한 뒤에서야 탑이 개방됐다.

인테리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따랐다. 우선 신형 E-클래스처럼 시원한 디스플레이와 달리 다소 작아보이는 디스플레이는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후진, 중립, 주행으로 바꾸는 스틱도 일반 성인이 잡기에 작아 조금 더 크게 제작됐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스틱을 잡고 운전하는 습관이 있는 경우에라면 이 부분이 불편할 수 있다.

경기 청평, 파주 일대를 270㎞ 주행한 결과 연비는 12.0ℓ/100㎞로 기록됐다. 환산하면 8.3㎞/ℓ 정도 된다.

killpas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