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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현대차그룹 후계의 열쇠 현대엔지니어링
정의선 경영승계 핵심자산
비상장 상태론 활용 어려워
친주주 정책, 여론공감 중요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최근 재계에서 지배구조가 가장 주목 받는 곳이 현대차그룹이다. 5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아직 순환출자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아서다. 순환출자 해소는 정의선 부회장 중심의 새로운 지배구조 구축과 동전의 양면이다. 그 중심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있다.

정 부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 89만327주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장외가 75만원을 적용하면 추정가치는 6700억원이다. 정 부회장이 가진 현대글로비스 지분(23.29%, 8,732,290주, 시가 1조3700억원) 다음 가는 자산이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예상된다.

먼저 실질적 지주사인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해 지주회사로 전환시키는 SK 방식이다. 정몽구 회장 부자가 기아차가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을 인수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가 각각 인적분할 한 뒤 지주사들이 합병해 통합 지주사를 출범시키는 롯데방식도 최근 부상중이다. 정 회장 부자는 보유중인 계열사 지분을 현물출자해 지주사 신주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정 부회장 입장에서는 계열사 보유주식 가치가 클수록 지주사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비상장인 현대엔지니어링의 가치평가다. 비상장으로는 어떤 형태의 주식거래라도 적정 가치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삼성도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총수 일가가 지분을 가진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와 삼성SDS를 상장했다.

모기업인 현대건설과 합병해 우회상장하는 방법도 있다. 삼성물산을 제치고 국내 최대 건설회사가 된다는 명분도 있다. 문제는 역시 상장사와 비상장사간 합병비율을 두고 빚어질 수 있는 논란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후계구도와 관련된 합병은 어려워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한다면 기업가치는 얼마나 될까? 장외가 주당 75만원을 적용한 시총은 5조7000억원으로 현대건설(5조3700억원)을 앞선다.

하지만 장외가는 신뢰도가 낮다. 경영실적이나 재무건전성에서는 현대건설이 한 수 위다. 지난해 매출액과 세전이익을 보면 현대엔지니어링이 6조1808억원, 4917억원, 현대건설이 10조9605억원, 3372억원이다. 순자산을 보면 현대건설이 5조4845억원, 현대엔지니어링이 2조9830억원이다.

2014년 현대엔지니어링이 정의선 부회장이 대주주였던 현대엠코와 합병할 당시 2016년 실적 추정치는 7조4290억원, 세전이익 5314억원이었다. 2017년에는 매출이 8조원을 넘기고, 세전이익도 6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현대엔지니어링 경영성적이 예상대로였다면 정 부회장은 훨씬 더 유리할 수 있었던 셈이다.

어떤 방식이든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성공하려면 주주동의가 필요하다. 즉 지배구조 개편 과정이든, 결과든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돼야 한다.

전국시대 연(燕)나라를 부흥시키기 위해 절치부심하던 소왕(昭王)에게 곽외(郭隗)가 들려 준 얘기다.

“옛날 한 임금이 신하에게 1000금을 주며 천리마를 구해 오라고 했습니다. 신하는 500금을 주고 죽은 천리마의 뼈를 사왔습니다. 신하는 ‘죽은 말의 뼈를 500금이나 주고 샀으니, 살아있는 천리마라면 얼마나 많은 돈을 줄지 모른다는 소문이 날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과연 1년도 지나지 않아 임금은 천리마를 셋이나 얻을 수 있었습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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