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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새정부 안정적 高校체제 고안을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유형은 다양하고 자주 바뀌는 편이다. 197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의 고등학교는 극심한 서열화 체제로 운영되어 왔다.

1974년에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도입된 고등학교 평준화 제도는 고교 서열화 문제를 해소하고 중학생들의 과도한 입시경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다. 고등학교 평준화 제도는 거주지에 가까운 고등학교에 입학하도록 배정한 것으로 흔히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라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소위 명문고 인근의 집값을 올리는 현상을 야기했고, 결과적으로 부모의 경제적 지위에 따라 고등학교가 결정되는 부작용을 낳게 됐다.

고등학교 평준화의 획일성을 보완하고 수월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특목고라는 유형으로 과학고와 외국어고가 신설된 것은 1980년대 초반의 일이다. 과학고의 운영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외국어고에 대해서는 입시과정에서의 사교육 유발과 교육과정 운영에서 이과반 편성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2000년대 이후에는 외국어고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2007년 대선에서는 외국어고 폐지와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가 동시에 공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선거에서 승리한 이명박 정부에서는 자율형 사립고, 자율형 공립고, 기숙형고, 마이스터고를 만들어 고등학교 유형을 다양하게 변화시켰다.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교육을 실현하고자 추진된 고등학교 다양화 정책은 학생의 학습 다양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모든 고등학생이 다양한 교육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선발된 학생들만이 대상이 됐고, 교육과정은 오히려 대학입시에 초점이 맞춰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선점한 결과가 대학입시 명문고라는 평판과 연결되면서 고등학교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새 정부는 공약으로 외국어고와 자사고의 폐지를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권을 활용해 다양한 교육을 구현하고자 노력해 왔던 해당 학교들의 성과를 무시하는 일은 쉽지 않다. 법령의 개정을 통해 일반고로 강제 전환하는 것은 학교 구성원 등의 반발과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어고와 자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정책의 목표를 우선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첫째, 고교 서열화 구조를 해소하고 입시 경쟁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고등학교들이 같은 시기에 신입생을 선발하도록 함으로써 우선 선발에 따른 우수학생 독점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 둘째, 모든 고등학교에 교육과정을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는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 고등학교 유형에 따라 교육과정 자율권을 차등적으로 부여하여 교육 결과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셋째,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고등학교 유형과 입학전형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수시로 이루어지는 고등학교 유형과 입시의 변화는 학부모들의 정책에 대한 불신과 사교육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이번 정부에서 새로 구성될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인 고등학교 체제를 고안할 필요가 있다. 교육 분야에서 성과를 가시적으로 보려는 과거 정부의 시도들은 번번이 실패해 왔다. 새 정부에서는 교육제도 운영의 생태계를 깨뜨리지 않으면서 새로운 균형을 찾을 수 있는 여유와 협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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