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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이슬람권에 유화 제스처…역시 “돈이 최고야”
경제적 성과·관계 개선 염두
“對테러전은 선과 악의 싸움”
과격한 비판 자제 평화 주장
이란 “수금하러 왔나” 맹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취임 4개월여 만에 첫 해외 순방지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대(對)테러’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세간의 우려와는 달리 이슬람권을 향해 다소 온화한 발언을 내놔 그동안 악화된 미국과 이슬람권과의 관계 개선과 경제적 성과에 초점을 맞춘 방문이라는 분석이 쏟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이슬람 아랍-미국 정상회담’의 기조연설을 통해 극단주의와 테러리즘 척결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테러전은 다른 믿음이나 종파, 문명 간 싸움이 아니라 선과 악의 싸움”이라며 “인류의 삶을 지워버리려는 야만적인 범죄자와 이를 보호하려는 모든 종교를 믿는 선량한 이의 싸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테러리즘이 전 세계에 퍼졌지만, 평화로 가는 길은 바로 여기 신성한 땅(중동)에서 시작된다”며 “미국은 여러분 편에 기꺼이 서겠다”고 강조했다.

또 “테러분자는 항상 무고한 사람을 살해하면서 신의 이름을 잘못 일컬어 믿음이 있는 사람을 모욕한다”며 “죄 없는 무슬림과 여성, 유대인, 기독교도를 죽이고 핍박하는 이슬람 극단주의와 테러조직에 함께 맞서자”고 제안했다.

이번 이슬람권 55개국 정치 지도자가 한데 모인 회담에서 그동안 반(反)이슬람 성향을 보여온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운동 당시 이슬람에 대한 혐오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무슬림의 미국 입국 금지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실제로 취임 후 무슬림 국가의 입국 금지를 골자로 한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전세계적인 논란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정작 이슬람권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과격한 표현은 자제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방문에서 다른 사안보다 경제 및 안보의 우선순위를 반영했다며 중동을 향해 ‘회유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슬람 관련 발언이 온화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자주 사용해온 ‘급진 이슬람 테러리즘(radical Islamic terrorism)’이라는 용어를 단 한번도 쓰지 않았다며 이슬람권 국가와의 관계 재설정을 위해 온건한 연설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급진 이슬람 테러리즘이라는 표현 대신 ‘급진주의’, ‘선과 악’이라는 표현을 넣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은 여기(중동)에 가르치러 온 게 아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고, 무엇을 하며, 어떻게 숭배하라고 말하러 온 게 아니라 상호 공유된 이익과 가치에 기반을 둔 파트너십을 제공하러 온 것”이라며 이슬람 아랍권에 수평적인 태도도 보였다.

이번 트럼프의 방문과 연설 등을 놓고 미 언론들은 트럼프가 이슬람권과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외 첫 순방지로 사우디아라비아를 택한 것부터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애런 데이미드 뮐러(Aaron David Miller) 전 미 국무부 관리는 WSJ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슬람권을 향한 안좋은 표현들을 제외하는 등 상당히 까다로운 연설을 잘 처리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보좌진들은 CNN과 인터뷰에서 “미국 역대 대통령 중 이슬람 국가를 첫 해외 방문지로 택한 대통령은 트럼프가 최초”라면서 “이같은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슬람주의자라는 주장이 틀렸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향해서는 강한 비판을 내놨다. 그는 “테러리스트에게 피난처, 돈, 사회적 기반을 제공하는 정부가 없어야 이를 근절할 수 있다”며 “내가 말하는 곳은 이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란이 지원하는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죄를 지었다고 말했다. 이번 이슬람 아랍 미국 정상회담에 이란은 초대되지 않았다.

이 발언에 대해 이란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란 언론들에 따르면 알리 아크바르 벨라야티 국정조정위원회 전략연구센터장은 “북한은 미국의 엄포에도 자신의 의제를 밀고 나가면서 미국이 물러나도록 애쓰고 있다”면서 “미국이 이란이 중심이 된 저항을 맞딱드린다면 중동에서도 철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의 사우디 방문으로 수천억달러 규모의 투자와 거래가 오간 것을 놓고 “트럼프는 파산 지경인 미국 경제를 살리려고 수금하기 위해 사우디를 방문했다”고 맹비난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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