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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부가 된 셰프 ①] “직접 기르니 맛·향기가 살아납니다”
‘팜 투 테이블’(Farm-to-table), ‘농장의 식재료를 그대로 식탁으로 가져온다’는 뜻으로 환경보전과 웰빙의 흐름안에서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안전하게 직접 키운 농산물로 음식의 질을 높이고 건강과 환경까지 지키자는 것이 이 운동의 목적이다. 국내에서도 식재료를 직접 기르면서 ‘팜 투 테이블’을 실천하고 있는 레스토랑이 늘고 있다. 누구보다 ‘팜 투 테이블’을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는 국내 셰프들을 만나봤다. 


서울 북촌에 위치한 ‘떼레노’(TERRENO) 레스토랑의 신승환 셰프는 ‘팜 투 테이블’을 실천하고 있는 셰프다.

스페인, 호주 등 오랫동안 여러 나라에서 요리를 배운 그는 현재 ‘떼레노’에서 스페인 파인 다이닝(Fine Dining·고급 요리)을 선보이고 있다. ‘떼레노’는 2016년 한국 미식랭킹 ‘톱10 레스토랑’에 선정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는 레스토랑이다. 


“제가 해외에서 있었던 대부분의 레스토랑들은 근처에서 자란 식재료를 이용했어요. 시드니에선 바다 앞에 있는 피시마켓에서 생선을 가지고 오고, 스페인에선 야채를 직접 키워주는 동네 주민도 있었죠. 저 역시 제 손으로 직접 키운 식재료로 요리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가 마음속에 그리던 레스토랑은 ‘떼레노’라는 이름안에 들어있다. ‘떼레노’는 스페인어로 ‘땅, 대지’ 라는 뜻이다. 땅에서 나는 ‘자연 그대로의 요리’가 신 셰프의 철학이다.

“레스토랑 옥상정원의 텃밭에는 로즈마리, 처빌, 완두콩 , 토마토, 오이 등 다양한 허브와 채소류를 재배하고 있어요. 지방에 따로 만든 밭에서는 땅콩호박, 아마란스, 감자, 가지 등을 기르고 집에서도 마당에 텃밭을 만들었습니다.”


신 셰프의 하루는 마치 농부같다. 출근해서 텃밭에 물을 주고, 점심때 다듬고, 저녁에 재배하고, 쉬는날에는 지방의 밭에 가있으며, 집에서는 마당의 텃밭을 가꾼다. 좋은 식자재에 대한 욕심이 남다른 셰프다.

“직접 식재료를 키우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손도 정말 많이 가고 매일 정성껏 돌봐야 하죠. 하지만 요리의 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올바른 식재료입니다, 시중에서 파는 재료들은 농약을 사용하거나 가공처리를 통해 본연의 성질이 변형된 경우가 많아 안전하고 신선한 재료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농약이 없어 더 건강한 당근, 가장 맛있을 때 재배한 적당한 크기의 아스파라거스, 바람과 해를 잘 맞아 향기가 진한 허브, 구하기 힘든 땅콩 호박이나 토마토 종류들…건강과 신선함을 넘어 가장 훌륭한 맛을 위해서도 그는 ‘팜 투 테이블’을 고집한다. 


이렇게 그의 애정을 듬뿍 먹고 자란 채소들은 정성이 가득한 요리로 탄생될 수 밖에 없다. 요리에 사용되고 남은 식재료는 육수에 활용되거나 퇴비로 만들어져 다시 텃밭으로 돌아간다. ‘떼레노’에서 하루동안 나오는 음식쓰레기는 18리터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레스토랑은 다양한 유통경로를 통해서 식재료가 제공되므로 셰프가 그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습니다. 고객 역시 그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길이 없어요. 하지만 요리가 탄생되는 모든 과정을 셰프와 고객들이 알수 있어야 좋은 요리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팜 투 테이블’ 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또다른 이유다. ‘팜 투 테이블’ 운동은 기존의 식품체계에 대안을 제시하는 새로운 음식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글=육성연 기자/gorgeous@heraldcorp.com,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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