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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김상조 공정위, 재벌 저격수 아닌 조타수 역할 기대
김상조 공정위원장 내정자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다. 재벌 저격수라 불릴만큼 대기업집단의 약점과 문제점을 꼭꼭 집어 낸 그가 경제검찰의 수장으로 대대적인 재벌개혁을 이뤄내길 기대하는 측이 많다. 하지만 지나치게 급진적인 개혁에 대한 우려도 적지않다.

재벌개혁의 두 축은 경제력 집중완화와 지배구조 개선이다. 다행히 김 내정자는 합리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경제력 집중 문제에 대해선 더욱 이성적이다. 실제로 그는 “정부 규제로 재벌 개혁을 일거에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은 구시대적 발상이며 기존의 틀 안에서 점진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공언한다. 이미 김 내정자는 대선 캠프시절 당시 급진적 개혁론자들의 과격한 정책과제를 공약에서 제외해 경실련 참여연대 등의 내부 반발에 부딪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재벌개혁 의지가 약화된 게 아니라 방법이 합리화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설 정도였다. 김 내정자의 소신이 문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김 내정자는 “대기업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번 돈을 좀 나눠주자는 이른바 낙수효과형 경제민주화는 이제 한 물 갔다”고 단정한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갑을 관계적 하청 구조 해소와 관련 현대차의 사례를 자주 든다. 현대차가 부품을 공급하는 하청업체에 다른 완성차 회사에도 팔 수 있도록 족쇄를 풀어주자 GM이나 벤츠에도 한국 부품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그 결과 부품업체의 성장과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옳은 생각이고 방향과 속도조절에 대한 신뢰감도 든다. 재계도 거부할 명분이 없다.

하지만 재계가 진정으로 우려하는 것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그의 철학이다. 그는 대기업 오너들이 ‘안정된 지분’에 대한 미련을 버리라고 요구해왔다. 상속만으로는 오너십을 유지하기 불가능하니 자꾸 불법을 저지르게 된다는 논리다. 경영은 전문가에게 넘기고 오너는 내부 통합과 소통의 조정자가 되라고 한다. 오너들에게는 가진 걸 다 내놓으라는 의미고 창업자 정신을 버리라는 얘기다. 적대적 M&A에 무한정 노출되고 미래투자보다는 주주이익만을 위한 논리에 손 놓고 시달리라는 것이다. 그걸 쉽게 받아들일 오너는 없다. 오너의 결단이 아니었다면 오늘날 현대차와 삼성반도체는 기대하기 힘들다.

‘김상조 공정위’는 재벌을 저격하기 보다 옳은 방향으로 전진하는 조타수가 되어야 한다. 그것 역시 당위다. 뿔 빼려다 소를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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