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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통 가짜’…데미안 허스트, 진짜-가짜 ‘2분법’을 비웃다
-베니스비엔날레 꼭 봐야할 전시회
2000전 인도양 침몰한 배 인양
산호-보물-복제본 나눠 전시
실은 3개 에디션 모두 가짜…
허스트 ‘저돌적 정신’ 유쾌한 반전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엔 현대미술 거장의 깜짝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바로 데미안 허스트의 ‘믿을 수 없는 난파선의 보물(Treasure from the Wreck of the Unbelievable)’전이다. 폰타 델라 도가나와 팔라조 그라씨 등 두 미술관을 전시장으로 활용하는 이 전시엔 높이 19미터가 넘는 대형 청동 조각 등 189개 작품과 21개 캐비넷을 가득 채운 소품이 출품됐다. 프로젝트 비용만 750억원 이상 사용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베니스를 찾은 미술 애호가는 물론 일반관객까지 ‘무조건 봐야하는’ 전시로 등극했다.

전시는 ‘시프 아모탄 2세’라는 2세기의 인물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의 각종 보물을 실은 배 ‘아피스토스(고대 그리스어로 ‘믿을 수 없는’이라는 뜻)’가 인도양에 침몰했고, 약 2000년이 지난 2008년 이 배를 발견한다. 10년 동안의 발굴과정을 거쳐 건져올린 진귀한 보물이 이제 눈 앞에서 펼쳐질 것이라는게 전시 서문의 내용이다. 


그러나, 이는 모두 ‘거짓말’이다. 그것도 뻔뻔하기 그지 없는 거짓말로 ‘이런 사기꾼!’이라는 탄식도 아까울 정도다. 약 3년전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청동이나 대리석으로 제작한 조각을 바다에 넣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꺼내 전시한 작품이다. 바닷속에 잠겼던 조각엔 산호가 붙기도 하고 해류에 휩쓸려 이곳저곳이 손상되기도 했다.

허스트는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작품을 3개 버전으로 만들어 제시한다. 산호(마치 방금 바다속에서 발견한 것 처럼), 보물(복원 된 것 처럼), 복제본(미술관 리프로덕션)으로 구성된 작품은 3개 에디션으로 제작됐다.

상어를 포름알데히드 욕조에 넣고, 두개골에 다이아몬드를 붙였던 현대미술의 악동 데미안 허스트는 이제 더욱 대담해졌다. 그리스 로마신화의 주인공은 물론 현대의 신화를 만드는 디즈니의 캐릭터도 불러들였다. 미키마우스의 손을 잡은 산호장식이 잔뜩 붙은 작가의 자화상과 마주치는 순간 허탈함이 몰려든다. 그러나 전시에는 데미안허스트가 직접 모은 난파선의 유물도 있다. 가짜가 판치는 전시에서 진짜를 만날 수도 있으나, 이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묻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스콧 레이번은 뉴욕타임즈 기고를 통해 “허스트의 쇼맨십과 후츠파(chutzpahㆍ저돌적 정신을 뜻하는 이스라엘어)는 이번 전시를 ‘탈 진실’을 논하게 하는 한 편, 호불호가 극심하게 갈리는 전시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야 어찌 됐든 데미안 허스트의 대규모 신작 전시는 반가운 일이다. 미국출신 국제적 작가인 제프 쿤스도 12일 전시장을 찾았다. 올해 베니스를 찾아야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전시는 12월 3일까지 이어진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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