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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조성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국가 재난대응 개인의 역량에만 맡길 수 없다
최근 강원도 산불 대응 과정에서 국민안전처가 주민 대피용 문자 발송 책임을 산림청과 서로 미루면서 또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여전히 재난 컨트롤타워로는 미흡해 보이는 모습이다. 다행히 새 정권에서는 청와대에 재난 및 위기관리 컨트롤타워인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설치해 재난에 대한 대응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반복되는 재난에도 불구하고 그 대응이 매끄럽지 못 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여전한 것은 이유가 다양하겠지만, 그 중 하나가 재난을 담당하는 ‘사람’의 문제 아닐까 싶다. 세월호 사고 당시 담당자들의 대응을 되돌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사고를 최초 신고한 학생에게 해경은 위ㆍ경도를 말해 달라고 하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VIP 보고용 동영상을 재촉하는 등 엉뚱한 짓을 하느라 그 귀중한 초기 대응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실종자 가족들 앞에서 컵라면을 먹은 모 장관은 언론에서 질타를 받았다. 이 처럼 사고 대응 책임자들은 여기저기서 갈팡질팡했다.

알아야 면장도 하는 거다! 재난 현장에서 관련자들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 알아야 하는데, 이런 것은 기본도 몰라서 생기는 일이다. 어쩌면 재난 현장에서의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동양식은 그 사람의 평상시 자질이나 품성에 깊이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는 재난 형태별로 표준매뉴얼, 대응실무매뉴얼, 현장조치행동매뉴얼 등이 다양하게 만들어져 있는데, 그 중 현장조치행동매뉴얼은 그 숫자가 자그마치 5000개가 넘을 정도로 방대하다. 이건 매뉴얼이 부족한 것만이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한다.

매뉴얼의 체계성도 문제겠지만, 더 큰 이유는 우리 공무원 인사제도가 ‘순환보직제’로 한 곳에서 장기간 근무하면서 전문성을 쌓기도 어려운 시스템인데다가 교육과 훈련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없었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간부공무원이 되어 재난대응 책임자가 되어도 재난 대응 시 필요한 리더십이나 언론이나 국민과의 커뮤니케이션 요령에 대해 단 한 번도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따라서 한 개인으로서 살아 온 경험과 내공을 바탕으로 그 긴박한 순간에 대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평상시 역량과 위기시 역량이 꼭 같을 수는 없다. 평상시에는 유능했던 인물들도 재난 앞에서는 어쩔 줄 모르고 실수를 하거나 적절한 대응을 못 하고 마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

기본적으로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자연재난도 적지 않고 압축개발로 사회재난의 위험도 높은 우리 실정을 고려하면 일회성 교육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2014년부터 재난안전 종사자 교육이 법으로 의무화되기는 했지만, 주로 관련법령, 매뉴얼체계 등에 대한 피상적 교육에 그치고 있어,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을 대상으로 재난대응리더십 등 그 내용도 질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무원에게는 승진이 거의 유일한 인센티브로 이와 관련되어야 제대로 공부도 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교육대상도 일반분야 공무원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승진제도에 재난역량평가도 포함시키는 등 재난대응교육을 강화할 것을 건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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