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文대통령 탈권위 행보 반가우나 초심 잃지 않기를…
문재인 대통령의 잇단 탈(脫)권위적 행보가 주목된다. 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파격의 연속이라 할만하다. 취임식도 하기 전에 야당 지도부를 만나는가 하면 출근길에 시민들과 사진도 찍었다. 취임식도 간소하게 치러졌다. 청와대에 들어와서는 직접 기자실을 찾아 국무총리 대통령비서실장 국정원장 등의 주요 인사 인선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모두가 전에 없던 일들이다.

취임 다음 날에는 신임 수석비서관 등과 종이컵 커피를 들고 겉 옷도 걸치지 않은 채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마치 미국 드라마 ‘웨스트 윙’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신선하게 다가온다. 대통령이 소파 팔걸이에 걸터 앉아 참모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는 모습은 더 이상 미국 백악관의 전유물이 아닐 것이란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문 대통령이 격의없이 소통하며 집무를 시작했다는 것이 더 없이 반갑다. 대통령이 제왕적 권위를 내세우며 군림하던 시대와는 이제 작별을 고할 때가 됐다. 장관과 핵심 참모들이 대면 보고 조차 할 수 없고, 정무수석비서관이 몇 달이 지나도록 대통령 얼굴 한번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리 없다. 따지고 보면 박근혜 정부만의 얘기가 아니다. 역대 대부분 정권이 임기말 추한 모습으로 박수는 고사하고 쫓기듯 청와대를 떠나야 했다. 이게 다 권위주의 대통령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에게는 그 사례 하나 하나는 좋은 반면교사가 됐을 것이다. 다행히 ‘권위주의 대통령’ 청산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는 매우 강해 보인다. 취임사에서 “참모들과 어깨를 맞대고 토론하고, 주요 국정 현안은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하며, 퇴근길에 시장에 들러 격의 없이 국민과 대화하겠다”고 말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경호실에도 언제든 시민들과 접촉할 수 있도록 경호체계를 갖춰달라는 주문을 했다고 한다. 의지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런 탈권위 의지를 임기 마지막 날까지 한치 흐트러짐없이 유지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야당과 협력하고 시민과 소통하지 않겠다는 정권은 하나도 없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탈권위적이었다고 평가하지만 처음 의도와는 달리 의미있는 결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누구보다 이를 가까이서 본 문 대통령인만큼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초심을 잃지 않기를 거듭 당부한다. 권력의 문턱을 낮추고 소통하고 대화하는 대통령과 청와대 문화의 길만 터 놔도 문 대통령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나 다름없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