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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새 정부, 은퇴 못하는 불행한 노인들 주목해야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유일한 흠이라면 60대 이상 노년층의 득표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이다. 새 정부는 젊은 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탄생했다. 청년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노인 복지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노인문제 해결을 세대갈등 극복과 통합의 연결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 전형적으로 ‘노인이 불행한 나라’다. 살아서는 일에 치이다가 죽기 전 여생을 즐길 시간도 짧은데 그나마 아프고 배고프게 보낸다. 노인들에게 헬조선은 이미 오래전부터 와있다.

한국의 노년 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이다. 65세 이상 고용률이 30.6%나 된다. 특히 75세 이상 초 고령층 고용률도 무려 17.9%다. 선진국에선 이 나이때 일하는 사람이 없다. 덴마크의 고용률은 0.0%이고 프랑스 0.5%, 벨기에 1.2%, 독일 1.8%에 불과하다.

한국남성 은퇴연령은 72.9세, 여성은 70.6세다. 여성이 70세 넘어서까지 일하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법정 은퇴시기(60세)를 지나고 나서도 남녀 모두 10년 이상 생계를 위해 일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고용구조의 특징(국회 예산정책처)을 보면 그대로 나타난다. 올 1분기 증가한 취업자(36만명)를 연령대별로 나눠보면 50대와 60대 이상의 취업자가 각각 16만명, 26만명 늘면서 증가세를 주도했다. 이에 반해 30대 취업자는 3만명, 40대는 4만명 감소했다.

더 불행한 것은 연금ㆍ복지 제도가 성숙하지 못한 탓에 주된 일자리에서 은퇴한 후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또 다시 일자리에 뛰어드는 노인층이 대부분이란 점이다. 2015년 노인 빈곤율이 63.3%나 되는 이유다. OECD 평균인 13%의 4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유는 질병이다. 한국의 노인 10명 중 9명은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으로 고통 받고, 3개 이상의 복합질환을 앓는 노인들이 절반이다. 치매 노인인구는 10년마다 두 배씩 늘어난다. 질병 때문에 노인 3명 중 1명 이상이 자살충동을 느낀다. 이러다 보니 평생의료비 중 절반을 65세 이후에 지출한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최근 조사자료다.

그런데도 그동안의 모든 정부는 노인 문제 해결에 미온적이었다. 노인은 그저 정치의 수단이거나 효율과 경쟁을 최고 가치로 생각하는 사회의 부담으로 여겨진다. 자신의 과거와 신념에 관계없이 누구나 노년을 행복하게 설계할 권리가 있다. 그걸 실현해주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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