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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 끝…환호ㆍ허탈을 넘자 ②] 취업ㆍ결혼 등 스트레스…‘청년 화병’ 늘었다
-중년 여성 전유물이라는 말은 옛말
-한방병원 찾은 환자 최근 6년새 53%↑
-”방치땐 우울증ㆍ분노조절장애 등 야기”
-“한방선 침ㆍ약물치료와 명상훈련 병행”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 올초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 중인 문모(30) 씨는 평소 조용하고 차분한 성품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막연한 미래와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항상 답답해 했다. 화나는 상황에서도 주로 참고 지나가다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을 자주 받았다. 분노가 쌓여 더 이상 화를 억누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자 가족과 불화도 시작됐다. 안되겠다 싶어 병원을 찾은 문 씨는 울화병(화병)이 상당 기간 진행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주로 중년 여성에게 발병했던 화병이 20~30대 젊은 층에서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6년새 무려 53%나 환자가 증가했을 정도다.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 물질만능주의, 빈부 격차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분노 등이 ‘청년 화병’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막히고, 급작스럽게 분노가 표출되는 화병의 주요 증상이 나타날 때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우울증까지 동반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특히 대선과 관련해 일체감으로 몰입한 이들은 여러가지 스트레스를 겪을 수 있어 이를 관리해야 한다는 견해도 뒤따른다.

최근 6년간 20~30대 화병 환자 수 추이.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취업ㆍ결혼 스트레스 탓 ‘청년 화병’ 환자 6년새 53%↑ =만성적 혹은 일시적스트레스이지만 제대로 해소할 길이 없을 때 생기는 각종 정신적 증상, 신경증, 신체 질환을 통틀어 화병이라고 한다.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 탓에 화병은 중년층 이상의 여성에게 주로 나타났지만, 최근 발병 연령이 젊어지는 추세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화병으로 한방병원을 찾은 20~30대 환자가 2011년보다 무려 53%나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20~30대 남성 환자가 387→846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이 같은 ‘청년 화병’의 주요 발병 원인은 취업, 결혼, 직장 생활 등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로 분석된다. 김종우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화병스트레스클리닉 교수는 “최근 취업,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를 포기하는 ‘5포 세대’도 모자라 이제는 꿈과 희망까지 포기하는 ‘N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며 “20~30대의 화병 증가는 취업난, 빈부 격차, 극심한 경쟁 문화 등에 따른 현대 사회의 청년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했다.

이어 “젊은 환자들은 주로 직장이나 학업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화병이 발병한다”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마음의 갈등을 많이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주로 중년 여성에게 발병했던 화병이 20~30대 젊은 층에서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사진=헤럴드경제DB]

▶“방치 시 우울증, 분노조절장애 등 유발…명상 훈련이 도움” =화병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답답함, 무기력,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분노 폭발이 있다. 이 같은 증상이 반복되면 고질적인 양상을 보인다. 김 교수는 “화병은 처음에는 답답함에서 시작하지만, 점차 의욕 상실, 무력감을 호소하며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며 “욕설, 폭력, 심한 짜증 등 분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방에서는 침ㆍ약물 치료를 병행, 화병 증상을 개선시킨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이 같은 한방 병행 치료를 통해 억누를 수 없는 화, 분노, 답답함이나 숨이 차는 양상 등을 조절할 수 있다”고 했다.

화병은 병원에서 받는 치료 못지않게 스트레스 환경에 대한 개선이 중요하다. 증상의 개선이 어느 정도 이뤄지면 스트레스를 주는 대상과 대화를 통해 환경을 고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참고 지내는 생활이 결코 병을 낫게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명상 훈련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기회를 제공해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켜 스스로 분노하는 자신을 관찰할 수 있게 돕는다”며 “궁극적으로는 자신에 대한 통제와 조절을 통해 화병을 극복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가 날 때에는 본인의 감정과 생각을 정리한 후 그 내용을 솔직하게 분명히 상대방에게 털어놓는 등의 훈련이 중요하다”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자신만의 대안을 갖고 분노 상황이 생길 때마다 적용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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