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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시민’ 최민식 “정치이야기가 지겹다고요?”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26일 개봉한 영화 ‘특별시민’은 현 서울시장 변종구가 차기 대권을 노리고 최초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치열한 선거전을 그렸다.

변종구를 맡은 배우 최민식(55)은 “이런 시국에 또 정치영화냐? 지겹다는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면서 “삶이 윤택해지려면 가장 경계해야 할 게 바로 지겹다는 생각이다. 지겹다는 생각을 가지고 영화관에 들어가 이 지겨움의 끝을 보는 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 투표를 잘해 잘 뽑자는 것이다. 잘 뽑으면 좋아지는 것이라는 절절한 소통영화다. 이 영화가 한사랑을 투표장으로 가게 했다면, 소통을 더하는데 기여했다면 나름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변종구는 서울과 시민을 향한 진심을 강조하지만 실은 어느 정치인보다도 최고 권력을 지향한다.뛰어난 언변과 철저한 이미지 관리로 승세를 이어가고 위기를 맞기도 한다. 선거는 전쟁이고, 정치는 쇼다. 사람들이 믿게 만들면 된다. 

이에 대해 최민식은 “정치인의 지상목표는 권력을 잡는 거다. 그것에 중독돼 있고, 계속 치닫는 욕망을 보여주고싶었다. 욕망에 중독된 인간, 여기서는 가족도 의미 없는 수단이자 하나의 악세사리다”고 설명했다. 그는 “변종구가 아내나 딸에게 하는 걸 봐라. 벌써 가족관계가 끝나야 하는 상황이지만, 유세장에서 딸과 사진을 찍는다. 변종구의 파렴치함과 비인간적임을 보여주는 사례다”고 했다.

”TV를 보면서 5선 의원 같은 산전수전 겪은 사람의 인생이 궁금했다. 저 분에게 정치란 뭘까? 정치인의 본 모습이 뭘까? 그건 허상일 수도 있다. 권력에 중독, 도취되다 보면, 공익이 아닌 굴절된 모습이 나온다. 나도 변종구를 좀 인간적으로 다가가고픈 생각을 했다. 엄마가 도시락을 주던 곳을 찾아간다. 그냥 내달리다가 브레이크를 잡는 지점도 필요했다. 인간적인 모습이 있지만 나쁜 사람이다. 절대악은 재미없다. 변종구를 보면서 안나 아렌트의 ‘평범한 사람이 저지르는 악행’이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최민식은 “변종구가 특정 행정가나 정치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경계했다. 그렇게 되면 재미가 없다. 내가 연기할 맛도 안난다. 쓸데 없는 오해도 생길 수 있다”면서 “특정 집단, 특정 정치인을 미화하거나 비판하는 영화가 아니다. 누구를 흉내내는 것 아니다. 그러면 감상 포인트가 팍 줄어든다”고 말했다.

최민식은 정치영화라는 점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도 정치 이야기가 넘친다. 담아낼 이야기가 많지만 담을 수 있는 건 한정돼 있다. ‘하우스 오브 카드’ 등 미드처럼 시리즈로 가지 못하지만, 일단 본격 정치드라마를 시도해보려고 했다”면서 “초고를 받고 제작진과 개발 단계부터 참여했다. 시리즈물이 나오길 바란다. 이게 출발점이다”고 했다.

올해로 배우 인생 36년 차인 최민식은 ‘올드보이’ ‘범죄와의 전쟁’ ‘명량’ 등에서 묵직한 족적을 남겼다. 그 말을 하자 “제가 배가 많이 나와서”라고 유머를 날렸다.

“어떤 지점에 도달하겠다, 어떤 배우가 되겠다는 식의 목표는 없다. 창작 분야는 해외영화제에서 상을 탔다고 해서 완성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에 대한 소망은 있다. 제가 끌리는 것,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흥행여부와 관계 없이 한번 해보고 죽겠다는 욕망이다.”

최민식은 “내가 다른 인생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이 일을 그만두고 장사를 하거나 취직은 불가하다. 그냥 (배우의 길을) 가야한다. 계속 업데이트되는 거다”고 말했다.

한편, 박인제 감독은 “인간의 권력욕을 말하고 싶었다. 권력욕 하면 초등학교나 회사에서도 있는 것이지만 정치인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면서 “권력욕의 가장 근본적인 것이 무엇인지 순차적으로 나가다보니 선거였다. 선거로 진행되지만, 변종구의 쇼맨십 속에 숨은 권력욕에 선거대책위원장 심혁수(곽도원)의 변질된 권력욕을 볼 수 있다. 권력욕은 인간이 관에 들어갈 때까지 떨치기 힘든 거다”고 전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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