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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년전 청계천에선 이닦고 빨래를 했다…‘구와바라 시세이’ 사진전
- 청계천변 판자촌의 일상을 담은 사진 33점 전시.
- 7월30일까지 청계천박물관에서 개최.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지금 청계천에 나가면 천변 양편으로 아기자기한 봄꽃들이 시민을 반긴다. 서울시설공단이 매해 이 맘때 꾸미는 게릴라 가드닝이다. 페트병을 화분 삼아 꽃을 심은 ‘페트병 정원’, 파레트에 꽃잔디를 심어 액자처럼 걸어둔 ‘파레트 정원’, 자전거 휠을 활용한 ‘휠정원’, 초록색 식물로만 수도꼭지 조형물을 만든 설치물, 화장품 공병을 활용한 공예작품 등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물 위에 이색 조형물에도 한번씩 시선을 주고 걷다보면 어느새 종착지에 다다른다.

사시사철 변화하는 청계천은 이제 외국인도 즐겨찾는 관광명소다.

그렇다면 반세기 전 외국인의 눈에 비친 청계천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서울역사박물관 분관 청계천박물관에서 1960년대 청계천변의 일상을 그대로 살펴볼 수 있다. 청계천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선 ‘구와바라 시세이 사진전, 다시 보는 청계천 1965~1968’ 특별전이 지난 27일 개막해 오는 7월30일까지 관람객을 맞고 있다.

전시는 기록으로서의 청계천 사진을 재조명하는 자리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구와바라 시세이(82)가 찍은 사진 33점을 전시 중이다.

시세이는 1964년 8월 화보잡지 ‘타이요(太陽)’의 특파원 자격으로 한국에 온 뒤 50여년간 한국을 백여 차례 드나들면서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주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촬영한 사진만 모두 십만여컷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 1960~70년대에 집중 촬영된 사진은 한국 근현대사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기록물이다. 

이번 전시에는 1965년과 1968년에 찍은 청계천의 풍경이다. 태평로에서 동대문까지 약 2㎞ 구간을 중심으로 아침과 저녁시간대에 찍은 것들이다.

촬영 당시 그가 투숙하고 있던 그랜드호텔(현 동성빌딩)은 남대문로에서 광화문을 향하는 기점에 있으며, 청계천까지 걸어서 약 600m 거리였다. 그는 남대문로를 통해 명동이나 수하동을 거쳐 청계2가 방향으로 걸어갔다고 회상했다. 몇차례 출사 끝에 이른 아침이나 저녁 시간이 되어야 사람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를 닦거나, 빨래를 너는 모습, 때로 연탄재나 오물을 버리는 장면과 마주했다.

그는 당시 청계천은 악취가 나 마치 하수구와 같은 곳이었지만, 아이들에게는 둘도 없는 놀이터였다고 떠올렸다. 작가의 말에서 그는 “가난하고 고단했지만 힘차게 살아가는 청계천 주민들의 모습에 언제나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는 도쿄 자택과 지바현 츠가에 있는 작업실에서 촬영한 17분짜리 인터뷰 영상도 상영된다. 작가가 직접 목격한 청계천의 생활상을 들려주고 한국 현대사 격동의 순간을 촬영한 이야기와 작품세계, 앞으로의 계획까지 털어놓는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관람시간은 평일, 토ㆍ일ㆍ공휴일 오전9시부터 오후7시까지다.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한편 전시와 연계해 청계천과 서울, 다큐멘터리 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강연회가 5월13일 오후2시부터 6시까지 열린다. 오후2시부터는 염복규 서울시립대 교수가 ‘청계천 복개와 1960년대 새로운 공간의 탄생’을 주제로, 오후4시부터는 정진국 미술평론가가 ‘다큐멘터리 사진가 구와바라 시세이가 보여주는 청계천’에 대해 강연한다. 참가 희망자는 강좌 당 선착순 50명으로 인터넷에서 예약 접수한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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