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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스타야 인스타야, 내가 제일 예쁘지?…셀피의 사회학
사비나미술관, ‘셀피(Selfie)-나를 찍는 사람들’展
혼자 촬영하고 만족감 느끼는 현대인 모습 비롯
정체성ㆍ심리상태ㆍ성격 드러내는 자화상 까지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니?”는 2017년엔 바뀌어야 할지 모르겠다. “인스타야, 인스타야, 역시 내가 제일 예쁘지?”로.

바야흐로, 나르시즘의 시대다.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얼굴을 찍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공유한다. ‘셀피(Selfie)’라 부르는 이 행위는 마음 속 숨어있는 나르시즘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SNS에 올라온 사진은 ‘좋아요’와 ‘하트’로 타인에게 매시간 평가받는다. ‘좋아요’와 ‘하트’로 표상되는 ‘타인의 인정’을 바탕으로 나르시즘은 극대화된다.

김가람, SELSTAR, 2016. 설치전경 [사진제공=사비나미술관]

셀피 문화를 탐색하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 종로구 사비나미술관은 2017년 특별기획전 ‘셀피(Selfie)-나를 찍는 사람들’전을 4월 26일부터 개최한다. 전시에는 ‘인증샷’시대 21세기형 현대인의 자화상을 탐구하는 작품 10여점이 선보인다. 강은구, 고상우, 김가람, 김인숙×벤야민 라베, 신남전기, 아말리아 울만, 업셋프레스 안지미×이부록, 한경우 등 8명(팀)작가가 참여했다.

1층 전시장에는 셀피를 통해 마음껏 ‘자기만족’을 누릴 수 있다. ‘좋아요’와 ‘하트’가 무한생성되는 작품(신남전기 ‘Mind Wave’)이 있는가 하면 ‘인생 셀피’를 이곳에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김가람의 ‘#SELSTAR(#셀스타)’는 셀피 퍼포먼스를 유도한다. 전시장의 작품이 셀피의 배경으로 전락한 현상을 적극 차용해, 최적의 셀피를 찍을 수 있는 작품을 제작했다. 관람객은 전시장에 마련된 메이크업 도구로 화장 한 뒤, 턱은 갸름하게 눈은 크게 나오는 셀피 전용 카메라(이른바 ‘구하라 카메라’)로 자신을 찍어 SNS에 올릴 수 있다. ‘#SELSTAR 2017’이라는 태그와 함께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면 작품이 완성된다. 그러나 참여 관객의 수가 많아질수록, 자신의 사진은 묻혀버릴 수 밖에 없다. 전시장에서 만난 김가람 작가는 “인스타그램엔 일반인 ‘스타’들이 있다. 하루만에 뜨고 사라지는 SNS스타의 속성을 보면서 ‘반짝인기’의 속성을 다뤄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고상우, Better Man, 2017, 설치 전경[사진제공=사비나미술관]

2층 전시장에는 셀피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주를 이룬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고상우 작가는 자신의 얼굴에 페이스 페인팅을 한 뒤, 사진으로 남겼다. 네거티브로 인화한 작품은 ‘사진은 사실을 기록한다’는 매체적 특성을 완전히 무시한 채, 환상적 느낌마저 준다. 그 앞엔 이를 다시 포지티브로 볼 수 있는 모니터가 걸렸다. 현실과 환상,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반전과 재반전을 동시에 꾀한다. 세계적 팝스타인 마돈나가 지난해 구입해 화제가 됐던 ‘Boundaries of Senses(감각의 경계)’와 같은 시리즈다.

사진 속 작가는 눈을 감았지만 분노, 회의, 상처, 고통과 같은 폭발적 감정이 고스란히 읽힌다. ‘Don’t Fuck with my Feeling(내 감정으로 장난치지 마)’이라는 메시지가 예리하다. 한참 예민했던 사춘기를 미국에서 보내야했던 그는 인종차별을 겪으며 이민자이자 경계인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아프게 확립했다. “셀피는 자신의 감정을 가장 솔직하게 표현 할 수 있는 도구다. 반전사진과 재반전 도구를 활용해 현실과 환상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는게 고 작가의 설명이다. 

아말리아 울만, privilege, 2016, 설치 전경[사진제공=사비나미술관]

뿐만 아니라 일본인의 셀피와 한국인의 셀피의 차이점을 탐구한 김인숙×벤야민 라베 ‘님에게 드리는 편지’, 지난해 런던 테이트모던 ‘퍼포밍 포 더 카메라(Performing for the Camera)’전에 출품하며 국제적 유명세를 탄 아말리아 울만의 작품도 눈에 띈다. 지하의 자화상 사진관(물나무 사진관)은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카메라 앞에서 자신을 찍는다는 ‘셀피’와 같은 작동방식이건만 아날로그 카메라의 등장으로 그 결과는 반전을 넘어 전복적이다. 관객은 주어진 30분의 시간 동안 카메라 뒤 전면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단 한장의 사진을 찍기위해 고민한다. ‘나 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몸도 생각도 멈췄을때, 가면속 내 자신이 나온 것 같다’는 촬영자의 말 처럼, 이미지로 소비되는 스마트폰 셀피와는 전혀 다른 결과물이 탄생한다. 전시는 8월 4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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