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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피해자와 합의하면 무조건 감형?
섬마을 성폭행범 형량 줄어
신상유출 등 2차 피해 우려

섬마을 여교사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학부모들이 지난 20일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광주고등법원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치상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8년, 13년, 12년을 선고받은 김모(39) 씨와 이모(35), 박모(50) 씨에게 각각 징역 10년, 8년,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항소심 과정에서 전부 합의가 이뤄졌다. 피해자 측이 선처를 희망한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량을 결정했다”며 감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국민적 공분을 불러왔던 사건의 주범들이 항소심에서 대폭 감형을 받으면서 법원 판결을 두고 또 한번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앞서 검찰은 김 씨에게 징역 25년, 이 씨에게 징역 22년, 박 씨에게 징역 17년을 구형했었다. 법원 판결은 검찰 구형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검찰은 이들의 공모 여부에 대해 일부 무죄 판단을 한 것은 부당하다며 25일 상고를 결정하면서 이 사건은 결국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공개한 성범죄 양형 기준을 보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시 이를 감경요소에 반영하도록 했다. 이번 사건 역시 가해자들과 피해자 간의 합의가 이뤄졌고,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힌 점을 들어 법원은 감형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 점을 악용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합의를 강요하는 등 부작용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제자들을 상습 강제추행한 혐의로 지난 2015년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서울의 한 대학 교수는 항소심 과정에서 피해 학생들을 상대로 무리하게 합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나와 또 한번 논란이 됐다.

피해자들은 “교수 측 변호사와 가족들이 피해자 변호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연락을 해와 합의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교수 측 변호사가 합의에 불응하는 피해자에게 ‘교수가 처벌받는다고 세상이 달라질 것 같냐’며 협박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가해자의 무리한 합의 시도는 2차 피해를 낳기도 한다. 특수강간 피해자 A 씨는 지난 2013년 자신이 근무하는 사무실로 불쑥 가해자의 여자친구가 찾아와 합의 가능성을 묻고, 공탁에 필요한 신상정보를 요구해 충격을 받았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A 씨의 신상정보가 가해자에게 노출되면서 빚어진 일이었다. A 씨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30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법조계에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거나 합의가 이뤄졌더라도 법원이 중범죄엔 엄격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 1월 청주지법은 지적장애인을 19년간 강제노역시킨 농장주 부부에게 각각 징역 3년,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피해자에게 1억6000만원이 지급되는 등 합의가 이뤄졌지만 법원은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히려 장애인 인권유린 문제에 경종을 울리고, 예방 차원의 판결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감경사유에 반영하지 않았다. 

김현일 기자/j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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