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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문재인의 운명·안철수의 소명
필자는 1년4개월 전 칼럼에서 ‘야권의 이룡’ 안철수와 문재인을 ‘부름받아 나선 이 몸’으로 표현한 바 있다. 안철수는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국민들의 갑갑함을 풀어주지 못하는 정치현실이 나에 대한 기대로 모아진 것…내가 정치에 참여하느냐 않느냐는 내 욕심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입문은 소명(calling)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다. 문재인은 그의 책 ‘문재인의 운명’에서 “나는 정치할 체질이 아니지만 노무현의 유지(遺志) ‘사람사는 세상’을 펼쳐보겠다는 소명으로 정치를 업으로 받아들였다”고 적었다.

둘은 무능하고 부패한 보수정권의 연장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켰다. 그러나 문재인은 패배했고 둘은 각자 ‘정치 근육’을 키우는 데 열중했다. 새정치를 표방했으나의원수 2석의 신당으론 역부족을 실감한 안철수가 2014년초 1야당(새정치민주연합)에 합류하면서 둘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당 대표를 맡았다. 단일화의 앙금이 남았던 탓일까. 둘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했다. 급기야 안철수가 친문의 패권주의를 감내하기 어렵다며 당을 박차고 나가 2015년말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다시 라이벌 관계가 됐다.

둘은 지금 4년4개월만에 대권을 두고 리턴매치를 펼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탄핵 정국은 문재인을 불러냈다. 촛불 민심이 그를 적폐청산의 적임자로 지목한 것이다. 포스트 탄핵정국은 그러나 문재인의 대항마로 안철수를 등판시켰다. 탄핵 이후 다소 차분해진 민심이 ‘발등의 불’인 북핵, 즉 안보와 먹고사는 문제로 눈을 돌린 것이다. 강철수, 독철수로 진화한 안철수는 문재인 대세론을 일거에 허물며 양강 구도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반문’(안철수ㆍ홍준표ㆍ유승민) 3자 연대 변수가 남아있긴 하지만 필자의 소견으론 5ㆍ9 장미대선 엔딩의 주인공은 문재인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안철수가 승리하려면 홍준표 지지표를 가져와야 하는데 둘의 단일화는 기대난망이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미 승산없는 대선 보다 내년 지방선거, 다음 총선에 마음이 가있다. 대선이후 영남을 근거지로 강력한 야당을 하려면 안철수 보다 문재인이 승리하는 게 백배 낫다는 계산이다. 만에 하나 단일화에 성공한다해도 득표에 ‘플러스섬’이 될 지는 회의적이다. 보수층 지지를 흡수하는 대신 국민의당 지역기반인 호남과 이념적 기반인 중도·진보층에서 대거 이탈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런 사정으로 안철수는 자강론을 펴고 있지만 지난 세 번의 TV 토론에서 그는 ‘왜 자신이어야만 하는가’를 보여주지 못했다. 문재인과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진 게 말해준다. 남은 세 번의 토론에서도 극적 반전을 꾀할 가능성은 그닥 높지 않다. 개인당 20~30분 주어지는 토론으로 20%가 넘는다는 부동층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역부족인 까닭이다. 결국 탄핵정국에 따른 새 리더십 소명은 문재인이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안철수의 막판 스퍼트가 주목되지만 대명을 받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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