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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의 작가’ 박고석 탄생 100주년 개인전
현대화랑, ‘박고석과 산’전
작가 일생 총망라 40여점 출품
“강렬한 원색과 터치 표현주의적 경향”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박 선생은 산을 참 좋아했어요. 틈만 나면 산에 갔어요. 제사날이나 명절이나 그런 건 신경쓰지 않았고요. 너희들끼리 해라 했지요. 아예 산에 들어가서 살았던 적도 있었어요”

구순(九旬)의 아내는 자신의 남편을 ‘선생’이라고 했다. 일생을 같이 한 동반자라기보다 한 예술가가 자신의 혼을 꽃 피울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바쳐 도왔던 ‘내조자’로서 무게중심이 더 큰 단어다. 11살 어렸던 박고석 화백의 아내 김순자 여사는 그림과 산에 빠진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꾸렸다. 이화여대 미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의상디자이너로 활동한 신여성으로, 건축가 고(故) 김수근의 누나다. 그는 “내가 지금껏 박 선생과 결혼해 손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전시를 보니 그게 아닌것 같다. 나는 이득을 본 사람”이라고 했다. 

범일동 풍경, 1951, 캔버스에 유채, 39.3 × 51.4 cm [사진제공=현대화랑]
소, 1961, 캔버스에 유채, 60.6 × 80.3 cm [사진제공=현대화랑]
쌍계사 길, 1982, 캔버스에 유채, 53 × 65.1 cm [사진제공=현대화랑]
외설악, 1984, 캔버스에 유채, 60.6 × 72.7 cm [사진제공=현대화랑]

‘산의 작가’로 알려진 박고석 화백(1917-2002)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전시가 열린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현대화랑은 오는 25일부터 ‘박고석과 산’전을 개최한다. 작가 일생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작품 40여점이 선보인다.

현대화랑측은 이번 전시가 주요작이 출품된 대규모 전시라고 강조했다. 박고석 화백은 평생 작업한 유화가 300점을 넘지 않을 정도로 과작인데다, 그마저도 뿔뿔이 흩어져 작품을 선택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공이 들었다는 후문이다. 유족이 소장한 작품을 비롯 국립현대미술관, 뮤지엄 산과 개별 소장가의 작품이 모였다. 덕분에 1951년작 ‘범일동 풍경’을 비롯해 모던아트협회 참여당시 추상작품, 산행을 시작하며 산을 모티브로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했던 1970~80년대 작품 그리고 만년의 1990년대 작품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이중섭, 박고석, 한묵, 1950년대 [사진제공=현대화랑]
외설악에서, 1978년, 강운구 사진 촬영[사진제공=현대화랑]

미술평론가인 서성록 안동대 교수는 “박 화백의 산은 강렬한 원색과 터치로 표현주의적 경향을 띈다. 산을 그렸다기보다 산이 주는 느낌에 집중했으며, 후기로 갈수록 산 자체보다 산 속의 마을이나 사람까지 화면에 담아내며 외연을 확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작가가 산에 집중한 이유에 대해 “산을 무척 좋아하시기도 했지만, 평양 출신인 본인이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통과하며 급변하는 세상에 불변하는 것에 대한 남다른 의식이 있었을 것이라 추측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박 화백의 작품 200여 점을 정리한 국영문 화집도 발간된다. 박 화백의 셋째아들이자 사진 작가인 박기호도 힘을 보탰다. 전시장에는 40여점의 유화 작품 외 지인들과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도 있다. 생전에 절친했던 이중섭, 한묵과 함께한 사진에선 무척이나 행복한 표정의 박고석을 만날 수 있다. 이중섭 1주기에 고은, 박경리와 자신의 집 앞 마당에서 이중섭을 기리는 장면도 생생하다. 미국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아내, 자녀들과 함께한 사진도 박 화백의 젊은날이 그대로 보여준다. 전시는 5월 23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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