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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주자 유통산업 공약 살펴보니] “규제에 올인”…득보는 이 아무도 없는 ‘마이너스 섬 게임’ 우려
의무휴업 대상 업체·일수 확대 정책
골목상권 대신 온라인으로 발길 돌려
협력사 등 피해만 가중 실효성에 의문
면세점 의무휴업 도입 ‘전형적 탁상공론’

대선정국이 후끈 달아오르면서 대선주자의 유통 정책도 구체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좋은 정책도 있지만 대부분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는 지적이다. 특히 강제휴무일과 관련한 공약의 경우 대형 유통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협력사까지 모두 손해를 입는 것으로 나와 업계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사진은 유통가 관련 이미지.

본격적인 대통령 선거 국면에 접어들면서 주요 대선 후보들의 유통업계 관련 공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소비자들과 유통대기업, 소상공인 등 다양한 경제 주체들이 각종 규제를 둘러싸고 다른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정국이 후끈 달아오르면서 대선주자의 유통 정책도 구체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좋은 정책도 있지만 대부분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는 지적이다. 특히 강제휴무일과 관련한 공약의 경우 대형 유통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협력사까지 모두 손해를 입는 것으로 나와 업계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사진은 유통가 관련 이미지.

유통업계 규제 관련 법안은 이미 국회에서 활발하게 발의됐다. 20대 국회가 시작된 지난해 4월 이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으로 대표되는 유통업계 규제 관련 법안은 현재 23개가 발의된 상황이다. 현재 국회 산업통상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대형유통시설의 의무휴업일을 지정하거나 의무휴업대상 업체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해당 업계는 한 목소리로 현장의 상황이 대변되지 않은 법안이 많다고 말한다.

문제는 대선주자들 역시 유통 규제 쪽으로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대중기 상생 측면에서 바람직한 내용도 있지만, 대형유통기업은 물론 중소유통기업, 협력사 모두 손해를 끼칠 수 있는 공약도 상당수라는 것이다.

우선 의무휴업일 지정 이슈가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대형마트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 월 2회 의무휴업일을 조례로 지정해 해당일에 휴무를 실시하고 있다. 전통시장 매출에 도움이 되고, 근로자 휴업일이 보장된다는 일환으로, 박근혜정부에서 주창한 ‘경제민주화’의 일환이었다.

대선주자들 역시 이 문제에 대해선 규제 쪽의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도 지금의 대형마트처럼 월2회 의무휴일 규제대상에 포함시키는 공약을 내놨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이와 관련해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현행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규제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현행 유지 의견을 내놨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나아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월 4회’로 확대하고 가맹점주와 가맹본부가 대등하게 교섭할 수 있도록 집단적 교섭제 등을 공약으로 삼았다.

하지만 대형유통시설의 의무휴업일의 경우 ‘실효성’ 문제가 여전히 논란이다. 대형유통시설의 휴업일에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게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해지고, 대신 온라인 시장을 찾는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영업시간 규제로 대형마트의 매출은 21% 줄었다. 하지만 이 대형마트의 매출 하락은 온라인 시장의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시장의 상품거래액은 지난 2014년 45조3000억원에서 2015년 54조600억원으로 증가한 뒤 지난해엔 65조6200억원까지 늘었다.

특히 백화점 업계의 경우, 주말 휴업으로 인해 생기는 매출 손실이 백화점을 운영하는 대기업이 아닌 협력업체에게 전가되는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서울의 모 대형 백화점이 1년 동안 매주 일요일에 문을 닫는 상황을 가정했을 때 예상되는 매출손실액은 6000억원 가량이다. 이것과 함께 대형백화점 3사를 모두 합치면 1조원이 훨씬 넘는다. 이 경우 백화점 3사보다 백화점의 건물에 입점해있는 중소 협력업체 8000개가 고스란히 손해볼 가능성이큰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의무휴업일이 늘어난다면) 백화점들도 손해를 보겠지만 우리나라 백화점 시장 구조 특성상 백화점 건물에 임대료를 지불하고 입점한 중소협력업체들의 손실이 더 클 수 밖에 없다”며 “백화점 문을 닫아도 백화점 물건을 찾는 손님들이 전통시장으로 가진 않는데 이조차 고려하지 않은 법안”이라고 했다.

사드 리스크와 면세업계 경쟁 심화로 위기에 빠진 면세업계를 둘러싼 규제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선후보를 낸 국회 내 정당들은 면세점도 대형마트처럼 영업시간과 영업일을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존에 대형마트와 슈퍼에 한해 제한됐던 영업시간을 면세점으로 그 제한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선 후보들이) 골목상권을 명분으로 얘기하는데 대형마트는 신선식품을 팔기 때문에 영업시간을 규제하는 것이 명분이 될 수 있지만 면세점이 골목상권 침해와 무슨 상관이 있는 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면세점 영업에 의무휴업일이 생기면 이미 사드 보복조치로 인한 외국인관광객 감소와 시내면세점 출점 경쟁 심화 등 대내외적인 여건으로 어려운 면세점 업계의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면세점을 방문하는 중국ㆍ동남아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휴업일에 자동적으로 끊기면서 타격은 눈덩이처럼 커지게 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연말, 토요일마다 광화문에서 이어진 촛불 집회로 광화문역에 위치한 동화면세점은 사실상 반 강제 휴업상태를 맞이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동화면세점의 매출은 3549억원으로 전년보다 1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015년 15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124억원 적자로 줄었다. 순이익도 117억원 적자로 3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문을 닫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면 면세점에 입점돼 있는 업체들에게도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간다”며 “골목상권과 무관한 면세점까지 규제한다는 건 탁상공론에 가까운 공약”이라고 했다.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선주자들의 유통 정책 공약을 보면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유통산업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쪽의 정책이 아쉬우며 지금이라도 유통 전체와 경제 전체의 그림으로 접근했으면 한다”고 했다.

구민정 기자/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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