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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로에 선 재정]대선 앞두고 재정동원 공약 만발…이러다 재정안전판 무너진다
2030년대 중반엔 국가재정 파산 위기
‘재정건전화법’ 제정부터 서둘러야


[헤럴드경제=이해준ㆍ김대우ㆍ배문숙 기자]박근혜 정부는 만 3~5세 아동에 대한 무상보육을 공약했다가 집권 4년 내내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교육청과 갈등을 빚어야 했다. 누리과정 예산을 누가 부담할지를 놓고 중앙-지방 정부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보육대란’을 빚기까지 했다. 누리예산 부족분 1조원이 문제였다. 박 전 대통령은 또 기초연금 20만원 일괄지급을 공약했다가 출범 첫해인 2013년 ‘연금대란’을 겪은 끝에 차등지급으로 궤도를 수정해야 했다. 모두 재원 조달방안 없이 공약을 내건 후유증이었다.

이런 현상이 2017년 5월 대선 이후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후보들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복지ㆍ일자리 공약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주요 후보들은 만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기초연금 30만원 지급, 0~5세 아동수당 10만원 지급, 국민연금 지급 확대, 육아 휴직급여 인상, 청년수당 지급, 실업급여 인상 등을 내걸었다.


하지만 여기에 얼마의 돈이 들어갈지는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대략 연간 35조~100조원, 집권 5년 동안 200조원 이상이 들어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례로 기초연금을 현행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릴 경우 차등지급 여부에 따라 연간 소요예산이 최소 18조원에서 최대 3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0~5세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아동수당도 마찬가지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아동수당의 연간 소요예산이 5조5621억~16조6005억원에 달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그나마 소요비용 추계를 제시하고 있으나, 다른 후보들은 제시하지 않았다. 증세 등 근본적 세수확충 방안도 모호하다.

문제는 우리나라 재정이 이미 만성적인 적자상태이며, 이로 인해 국가부채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재정적자(관리재정수지 기준)는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매년 21조~38조원씩, 총 111조원에 달했다. 이로 인해 중앙 및 지방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할 국가채무가 작년말 현재 627조원, 공무원ㆍ군인연금 충당부채를 포함한 재무제표상의 국가부채는 1430조원을 넘었다.

재정건전성 지표상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선 아직 양호한 편이지만, 저성장과 저출산ㆍ고령화로 지출 수요가 급증하며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세수-지출 증가 속도가 유지되더라도 2030년대 중반부터는 국가재정이 파산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도 연간 수십조원의 재정을 추가로 투입한다면 재정 ‘파산시계’는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많다.

이처럼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으로 재정이 위기에 처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재정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국가채무와 재정적자가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재정법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지만, 통과되지 못한 상태다. 법안의 건전성 목표가 지나치게 낮고 강제규정이 없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시되기도 한 만큼, 국회에서 보완책을 마련해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밋빛 공약에 앞서 선거후 ‘예산대란’에 휩싸이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한 셈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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