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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자영업리포트 ①] “돈방석요? 먹고 살려고 아등바등 매달릴 뿐이죠”
-공과금도 못낼 형편, 자영업자들의 한숨
-물가만 무섭게 올라, “그래도 버텨야죠”
-자영업자 5명중 2명 월 100만원 못벌어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1. “한때 1~2명의 직원까지 뒀지만 지금은 집사람과 단둘이서 운영을 하고 있죠. 오늘도 문 연지 4시간이 지났지만 ‘마수걸이’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보통 4월 말부터 5월까지 도자기 축제로 손님이 가장 몰리는 성수기지만 올해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며 울상이다. 15년째 여주에서 도자기 가게를 운영하는 이병기(41) 씨는 당장 매출이 줄어드는 것도 걱정이지만 관광객 발길이 아예 끊길까봐 근심이 크다.

[사진=지방에서 토스트 체인점 운영중인 장 씨. 종업원 없이 모든 일을 혼자 하지만 하루 인건비 벌기 조차 어렵다.]

#2. “옛날엔 구멍가게라도 ‘내 일’을 하는것이 좋았던 시절이 있었죠. 먹고 살기 위해 창업했지만 지금은 폐업도 고민중입니다.”

4년째 토스트 가게를 해온 장모(60ㆍ여) 씨는 “비슷한 가게들이 많아지면서 수입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다 다른 물가는 죄다 올랐다”며 “월세ㆍ관리비ㆍ전기세ㆍ수도세 등을 내고나면 남는게 없어요. 그래도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모든게 올라가는데 손님만 떨어지고 있다. 먹고 살기 위해 큰 꿈을 갖고 창업했던 ‘사장님’들이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 그래도 어떻게든 버텨보기 위해 빚까지 졌지만 경기가 안좋아 손님 발길이 끊기고 이제는 수십만원의 이자를 내기조차 힘들다.

도자기 가게를 운영하는 이씨는 “한때 직원 월급을 150만원 주는 날도 있었지만, 지금은 공과금 150만원 내는것 조차 힘들다”고 했다. 그는 “관광객 발길이 줄자 주변에 가게 문 닫을 생각하는 사장님들이 수두룩하다”며 “먹고 살려고 아등바등하는데, 쉽지 않다”고 했다. 이 씨는 “가족 단위나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을 상대하는 주변 식당이나 민박도 피해를 함께 입는다”며 “몇몇은 사업을 접은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사진=먹고 살기위해 자영업에 뛰어 들었지만 손님은 줄고 공과금에 가계 빚까지 떠안는 등 현실은 녹록지 않다. 사진은 매장을 정리하려는 사람과 또 다른 자영업자를 기다리는 빈 상가.]

주변 도자기 가게 상인들과 함께 도자기 축제를 홍보하는 데도 별다른 효과는 없다. 이 씨는 “자영업자들이 다들 열심히 살고 있지만 너무 힘들다”며 “빨리 경기가 좋아져 다시 일할 맛이 났으면 한다”고 했다.

이 씨의 경우처럼, 자영업자 10명 중 2명은 한 달에 매출 100만원도 올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연말 통계청이 발표한 ‘자영업 현황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관할 세무서에 등록해 사업활동을 하는 등록사업자는 479만개로 1년 전보다 1만2000개(0.2%) 감소했다. 이 가운데 연 매출 ‘1200만〜4600만원 미만’인 곳이 전체의 30.6%인 145만5000개로 가장 많았다. ‘1200만원 미만’인 자영업은 21.2%인 101만8000개로 그 다음으로 많았고, ‘4600만~8000만원’은 14.6%, ‘8800만~1억5000만원’은 10.8%, ‘1억5000만~3억원’은 9.9%였다. 또 ‘3억~5억원’은 5.2%, ‘5억원~10억원’은 4.6%, ‘10억원 이상’도 3.1%나 됐다.

지방 도시에 토스트 체인점을 연 장 씨 역시 생계유지가 안될 정도다. 식빵을 굽는 작업부터 판매하는 일까지 모두 혼자 하지만 인건비도 안나온다. 장 씨는 “하루 손님이 몇명인지는 민망해서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자기 가게가 있는 자영업자들은 비용이 덜 들어가지만, 월세를 내야 하는 장 씨의 사정은 다르다. 고정비용을 감안하면 남는 돈이 없어 이 장사를 계속해야 할지 망설일 정도다. 

[사진=먹고 살기위해 자영업에 뛰어 들었지만 손님은 줄고 공과금에 가계 빚까지 떠안는 등 현실은 녹록지 않다. 사진은 매장을 정리하려는 사람과 또 다른 자영업자를 기다리는 빈 상가.]

장 씨는 “가게를 접을 수도 없기에 빚내서 겨우 버틴다”며 “빌딩 청소용역으로 취직해서 월급을 받는 것이 차라리 날 것 같다는 생각도 자주 한다”고 했다. 장 씨는 “새로운 일을 하려면 더 많이 신경을 써야 하니 자영업자들은 망해도 결국 다시 비슷한 업종에서 창업한다”며 “얼마있으면 곧 대통령 선거인데, 좋은 분이 당선돼 자영업자들에게 정책적으로 도움을 주면 조금이나마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통계청 ‘자영업 현황분석’에 따르면 등록사업자의 연령대별로는 60세 이상 자영업자가 증가세를 보였다. 은퇴 후 생계유지를 위해 창업 전선에 뛰어들기 때문으로 보인다. 50대 32.4%, 40대 27.7%, 60대 이상 24.7% 순이었다. 60대 이상에선 등록사업자가 1년 전보다 2.0% 증가했을 뿐 나머지 연령대에선 모두 감소했다. 60대 이상의 경우 연 매출 4600만원 미만 구간의 비중이 66.8%로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30대 이하에선 46.9%, 40대 43.0%, 50대 50.1%가 연 매출 4600만원에 미달했다.

장 씨는 “지금도 주변에서 빚을 내서라도 자영업을 하겠다고 뛰어드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며 “망하는 운명이 뻔한데도, 자영업은 계속되고 있고 악순환은 반복되고 있는것 같다”고 했다.

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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