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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인13역…이 둘의 놀라운 변신 ‘90분이 짧다’
-뮤지컬 ‘머더 포 투’내달 28일까지

그야말로 ‘눈 깜짝 할 사이’ 한 인물이 다른 인물로 변한다. 노부인이 아저씨가 됐다가 아줌마가 아가씨로, 허리가 굽은 할아버지가 7살짜리 꼬마로도 변신한다. 한 명의 배우가 이 모든 인물을 1~2초 안에 자유자재로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은 스카프, 모자, 지팡이, 구두 같은 소품 몇 가지. 그리고 이를 표현하기 위해 밤낮없이 연습했을 배우의 시간과 땀이다. 단 두 명의 배우가 13명의 등장인물을 연기하는 뮤지컬 ‘머더 포 투’<사진>의 이야기다.

지난달 국내에서 처음 막을 올린 ‘머더 포 투’는 지난 2011년 미국에서 초연됐다. 작곡가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가진 작곡가 조 키노시안, 작가 켈렌 블레어 콤비가 만든 작품은 순식간에 바뀌는 캐릭터와 막대한 분량의 대사, 마임을 이용한 퍼포먼스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 미스터리한 사건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머를 포착해낸다. ‘맨 오브 라만차’ ‘지킬 앤 하이드’ ‘드라큘라’ 등 굵직한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을 한국에 소개해온 오디뮤지컬컴퍼니가 내놓은 새로운 형식의 소극장 2인극 코미디다.


극은 의문의 총격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형사가 되고 싶은 순경 ‘마커스’는 당대 최고의 범죄 스릴러 소설가 ‘스티븐 퀸’이 살해당한 현장에 도착해 그곳에 머물렀던 퀸의 아내 ‘달링’과 조카 ‘스테파니’, 이웃 ‘머레이’와 ‘바바라’, 정신과 의사 ‘그래프’, 영화배우 ‘샤론’ 등을 취조해나간다. 여기에 음악을 담당하는 피아니스트이자 마커스의 파트너로 등장하는 ‘루’의 활약이 더해지면서 기상천외한 장면들이 쏟아진다.

마커스는 ‘과연 누가 범인인가?’를 두고 용의자들과 실랑이를 벌이지만, 사실 ‘머더 포 투’에서 진범의 실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드라마의 흐름이나 견고함보다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배우들의 연기와 움직임, 호흡을 지켜보는 것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 각 캐릭터를 상징하는 소품을 장착한 ‘용의자들’ 역의 배우가 순식간에 다른 인물로 변하는 ‘묘기’에 가까운 모습, 그리고 이를 실감나는 마임 연기로 반응하는 마커스의 움직임 자체가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다.

러닝타임 90분 동안 배우 2명은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면서도 극에 필요한 수많은 연기와 노래, 움직임을 선보여야 한다. 워낙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만큼 배우들은 엄청난 땀을 흘리며 연기하는데, 그 열정에 감동해서인지 객석에서는 저절로 환호와 박수가 터진다. 무대 위에 오르기까지 배우들이 연습 과정에서 흘렸을 땀의 양도 짐작할 수 있다. 황재헌 연출은 “오직 이 공연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자할 수 있는 배우로만 캐스팅을 했다”고 밝혔고, 그 말은 고스란히 무대 위에서 증명된다.


‘머더 포 투’의 또 하나 재밌는 점은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배우들이 무대로 나와 관객에 입장하든 말든 자기 할 일을 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줄넘기를 하거나 가방에 넣어온 과일즙을 꺼내 입속에 털어 넣는 등의 모습은 마치 극장 뒤 분장실의 모습을 무대 위에 올려놓은 듯하다. 배우들이 분장실에서 대기하다가 무대에 올라 땀을 사방에 튀겨가며 열연하는 모습을 쭉 지켜보면서, 오직 ‘공연’ 장르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을 흠뻑 받아갈 수 있다.

마커스와 용의자들의 활약을 따라가다 보면, 공연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의아할 정도다. 배우, 연기, 무대, 공연의 매력을 느끼고 싶은 관객에게 더할 나위 없는 뮤지컬이다. 배우들의 말처럼 관객들은 ‘머더 포 투 시즌2’를 만나 볼 수 있을까? 그때는 또 어떤 재기발랄한 용의자를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박인배, 제병진, 안창용, 김승용, 강수영 출연. 오는 5월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뉴스컬처=양승희 기자/ya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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