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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21세기 전쟁은 다르다…글로벌 플레이어는?
뮌클러 교수, ’탈국가‘’비대칭‘’탈정규군‘, 21세기 새 전쟁 모델 제시
IS테러는 서방 겨냥한 영웅사회의 유일한 전략
전쟁 비용 낮아 상시 전쟁화 현상
미, 중, 유럽, 전쟁 종식자 역할 가능
전쟁은 사회변화에 적응한 결과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이달 초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공격으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미국은 시리아 공군기지를 미사일 폭격했다. 며칠 후엔 IS소행으로 알려진 이집트 콥트교회 연쇄 폭탄테러로 수백명이 죽거나 다쳤으며 미 공군은 IS은신처로 추정되는 동부 낭가르하르 지역에 핵무기급 GBU-43을 투하했다. 불과 열 흘 안팎 사이에 벌어진 일로, 지구촌은 상시 전쟁상태나 다름 없어 보인다.

흔히 전쟁은 영토를 가진 국가의 정규군이 상대 국가와 일정기간 공방을 벌이는 식으로 진행된다. 어느 한 쪽이 밀려 항복하면 전쟁이 끝나고 평화협정을 체결, 전시상태는 종료된다.


최근의 폭력 양상은 이런 고전적 전쟁과 양상이 전혀 다르다. IS처럼 탈국가, 비대칭, 탈정규군의 양상이 흔하다. 국가간 전쟁이란 모양만 아니지 폭력의 강도와 결과는 마찬가지로 끔찍하다. 이런 불규칙적이고 소규모로 파편화한 폭력도 새로운 전쟁모델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쟁에 관한한 ‘움직이는 1인 싱크탱크’로 불리는 헤어프리트 뮌클러 베를린 훔볼트대 정치학 교수는 ‘파편화한 전쟁’(곰출판)에서 이런 폭력사태들을 전쟁의 진화된 형태로 제시한다. 전쟁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고전적 국가간 전쟁의 마지막은 1980~88년의 이라크-이란 전쟁과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간 전쟁이다. 냉전 종식후 지구촌은 평화를 구가한 것 처럼 보이지만 세계는 전쟁의 띠에 둘러쳐져 있다.

이 띠는 콜롬비아에서 시작해 아프리카 말리와 나이지리아, 소말리아를 넘어 예멘과 시리아, 이라크와 리비아 등 아랍세계를 거쳐 발칸 중부, 흑해 지역을 거쳐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포괄하고 동남아시아 도서 지역까지 전지구적으로 걸쳐 있다.

뮌클러 교수는 21세기 파편화환 전쟁의 특징으로 우선 전쟁의 탈국유화 내지 민영화를 꼽는다. 전쟁의 행위자가 고전적 스타일처럼 국가가 아니라 준국가, 하위국가 반민간, 비영토적 정치행위자라는 점이다. 전쟁의 비대칭화, 전쟁의 탈군사화도 새로운 전쟁의 특징이다. 이들 전쟁은 전쟁 대 평화, 국가간 전쟁 대 내전, 전투원 대 비전투원의 이항 대립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하이브리드 전쟁’으로 불리기도 한다. 선전포고도 없고 평화협정도 없는 이들 전쟁은 폭력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다시 격화되는 양상을 반복한다. 따라서 전쟁을 끝낸다는 개념도 모호하고 어떤 단계에 있는지 알 수도 없다.

이는 전쟁의 양상은 사회경제적 변화와 관련이 있다. 국가의 주도권이 약화되고 경제가 글로벌화된 까닭이다. 전쟁도 사회변화에 적응한 결과란 얘기다.

저자에 따르면, 서구사회는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탈영웅적 사회가 됐다. 탈영웅적 사회애서 전쟁에서의 죽음은 그저 살육의 결과일 뿐이다. 거기에 희생과명예라는 관념은 없다. 이런 사회에선 시민들에게 심지어 군인들에게조차 희생을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레바논이나 시리아, 이라크는 영웅적 사회 전 단계에서 영웅적 사회로 전환하는 중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자살테러범이나 폭탄테러범은 ‘전사’로서 영웅적 희생의 가치는 높이 떠받들어진다. IS의 자살폭탄, 트럭폭탄 테러는 무기에서 열세인 영웅적 사회의 전사들이 무기에서 절대적으로 우세한 서방 탈영웅적 사회의 취약한 집단심리를 노린 나름의 합리적 선택이란 것이다.

이들 전쟁은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도 전쟁을 확산시키는 요인이다. 여기에는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만이 다룰 수 있는 대규모기기가 투입되지 않는다, 자동화기, 지뢰, 가벼운 로켓포, 픽업 트럭이 전부다.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는 값싼 무기들이다. 급하게 충원된 인력으로도 가능하다. 하나의 전쟁을 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은몇백만 달러면 된다, 전쟁 수행 능력의 문턱이 수많은 집단들이 넘어설 수 있게 낮아진 것이다.

저자는 21세기 전쟁의 종식자이자 새로운 평화 질서 유지를 위한 중개자, 제3자로서 글로벌 플레이어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미국, 중국이 우선 그 대상자다. 또 유럽은 그럴 의지를 갖는다면 군사력은 약하지만 경제력과 규범적 우위를 바탕으로 하나의 글로벌 플렐이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이들에게는 그간 공간혁명으로 인해 영토 지배보다는 정보, 자본, 인간 등 유동적인 것의 흐름에 대한 통제가 관건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책은 현대 전쟁의 패러다임의 변화 뿐만 아니라 전쟁의 정치사상사, 정치문화사적 측면과 지정학적 변화, 미디어의 이미지 전략까지 다각적이고 깊게 천착했다.

한국어판은 원서에서 수없이 등장하는 전쟁의 세부 배경과 관련 개념에 대한 설명을 옮긴이 주로 달아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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