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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걱정 말아요 그대 ‘새로운 꿈’을 말해요” 전인권의 위로
촛불집회서 모든 세대에 깊은 울림
한때 정신요양원서 1년4개월 생활
‘세계적 가수 돼보자’며 정신 차려
내달 세종문화회관서 첫 솔로 무대


전인권(63)의 어눌화법은 계속 듣다보면 오히려 말을 잘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의 말은 섬세하다. 중독성이 생긴다.

전인권은 혼란스런 시국의 촛불집회 무대에서 3차례나 노래했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로 시작하는 ‘걱정 말아요 그대’와 ‘행진’ ‘애국가’는 시민의 떼창으로 이어졌고, 그의 노래는 다양한 세대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사람들의 마음이 허전하고, 비어있을 때 ‘걱정말아요 그대’를 불렀어요. 많은 사람들이 같이 노래해줄 때 큰 감동이 왔고, 가슴이 뭉클했어요. 아, 이 노래가 좋은 노래인가보다 했어요. 세월호 희생 학부모들의 얘기에 마음이 아팠고 어떻게든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전인권은 이제 사람들을 위로하는 전문가수가 됐다. 혼을 넣어 부르는 그의 노래를 듣고 힘들 때에는 위로가 되고, 힐링이 되며, 힘을 얻었다는 사람이 많다.

“저는 애환이란 단어를 좋아해요. 무대에서 같이 얘기하고…그런 가사들을 좋아하죠. 공연중 젊은 관객 한 분이 벌떡 일어나 저에게 질문했어요. 힘든 걸 어떻게 이겨낼 수 있어요? 제가 ‘다 힘들고 있어요. 감수하세요’라고 했어요.”

30년간 음악생활을 한 전인권은 한때 정신요양원에서 1년 4개월간 생활했다. “죽고 싶었는데, 5년만에 곡을 냈어요.제 히트곡이 부끄럽지 않아 지금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죽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그는 굴곡진 인생을 살았다. 음악적으로도 평탄하지 않았다.

“ ‘그것만이 내 세상’과 ‘행진’을 불렀을 때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사랑한 후에’, ‘돌고 돌고 돌고’가 바로 큰 히트를 했어요. 그 다음은 안좋았어요. 집에서 녹음해 사운드도 좋지 않았죠. 그리고 ‘걱정말아요 그대’가 히트했죠. 요즘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걷고 걷고’에요. 이 노래로 27위를 한 적도 있었어요. 힘들더라도 감수하자는 노래인데, 공연을 하면 따라줄러 줄 때가 좋아요.”

전인권은 나이가 들어도 노래 부를 때는 쩌렁쩌렁하다. 마이크를 통해 들려오는 소리에 귀가 멍할 정도다.

“정신을 차린지 5년이 됐어요. 오후 6시에 자고 밤 12시나 1시에 깨서 연습해요. 매일 연습을 하고 있어요. 나도 세계적인 가수가 돼보자는 생각으로 한달전에는 집에다가 새 연습실을 만들었어요. 나이 들면서 리듬과 가사가 과거에 비해 더욱더 일치하면서 편하게 들려요. 옛날과는 다를 겁니다. 미국에서 공연제안이 왔어요. 해외로 진출할 거에요.”

들국화는 방송 출연 없이 공연으로만 대중과 소통해왔다는 점이 크게 평가받을만하다.

“들국화 초기에 우리를 현실감 없는 친구라고 했어요. MBC ‘명랑운동회’에 나갔다 망신을 당했어요. 너희들이 우리를 싫다고 하면 우리도 싫어 라고 했지만 안간힘이었어요. 당시 우리 노래를 전부 창법 미숙이라고 했어요. 외국 뮤지션을 보면서 저 사람이 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꿈이 이뤄진거죠.”

들국화의 재결합에 대해서는 드러머 주찬권의 죽음(2013년) 이후 최성원과 연락을 하지 않는다는 말로 대신했다. “성원이와는 싸울까봐 카톡도 안해요. 하지만 최성원이 난처한 상황에 빠져있다면 들국화이건 전인권 밴드로건 같이 할 수도 있겠죠. 우리는 동지 같은 거에요. 우리는 밤업소로 음악생활을 마감할 줄 알았어요.”

전인권은 자신의 밴드와 함께 5월 6, 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그룹 들국화로, 또는 게스트로는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선 적이 있지만 솔로로는 처음이다. 공연 타이틀은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다. 세종문화회관에 이어 충주(5월 27일), 청주로도 이어진다.

“지난해 11월 서울시로부터 서울도서관 외벽에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란 문구를 써도되느냐는 전화가 왔어요. 그리고 한달간 올려놓더라고요. 아아, 이게 좋은 말이구나 라는 점을 알고 공연 제목으로 정했어요.”

전인권은 음악 외에 그림에도 소질이 있다. 그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림 실력에서 나온다고 했다. 데생으로는 진 적이 없다고도 했다. 두 명의 손녀를 위해 50평 정도 집을 장만해 벽화를 그려주고 싶단다.

이어 전인권은 좋아하는 지도자상에 대한 질문에 “깨끗하고 남의 말 많이 안하고. 머리 쓰는 사람은 재미없어요. 깨끗하게 자기 소신 얘기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그는 “전인권 하면 악플이다”면서 “내 관련 댓글에 까불지 마라고 쓴 적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전인권은 “세종문화회관에 오신 점잖은 분들의 혼을 빼놓고 싶어요. 그럴 때 재밌어요. 게스트로는 안예은이 나와요. 예사롭지 않은 친구죠”라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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