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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주행, 리커버...‘베스트셀러 공식’이 깨졌다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무명 작가인 이기주 씨의 ‘언어의 온도’가 5주째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고 있다. 이 책은 지난해 8월 출간된 책이다. 지난 1월 둘째 주까지만 해도 베스트셀러 20위안에 얼굴을 내밀지 못했던 책이다. 1월 셋째 주에 19위로 처음 진입한 책은 두계단씩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오르며 3월 셋째주 마침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19위에서 1위로 오르는데 걸린 시간은 8주. 마케팅이 힘이라기다 적은 수의 독자들이 하나 둘 연결된 결과로 볼 수 밖에 없다. ‘언어의 온도’는 기존 베스트셀러의 정석을 깼다는 점에서 관심거리다.


▶출간 3주가 결판?, 역주행이 대세=‘언어의 온도’는 최근 베스트셀러의 공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종래 베스트셀러가 되려면 3주안에 각 분야 5위 안에는 들어야 했다. 이는 서점에 책이 비치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대형서점의 경우, 책이 독자들의 눈에 잘 보이는 곳을 출판사들에게 한달 단위로 판매한다. 비용을 지불하고 좋은 자리를 차지했더라도 이 기간동안 책이 안 팔리면 다른 책에 자리를 내 줄 수 밖에 없다. 눈에 띄지 않으면 책 판매도 당연히 줄게 되므로 더 이상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이는 온라인 서점도 마찬가지다

‘언어의 온도’는 이런 기존의 패턴과 거리가 멀다. 지난해 8월 출간됐을 때만 해도 시/에세이 분야에 40위권 아래였다. 몇 달간 주목받지 못하던 책은 연말연초 책선물로 인기를 끌면서 뒤늦게 빛을 보기 시작했다. 책 판매량은 초기에 비해 23배나 뛰었다.

작가 인지도도 낮은데 인기를 얻은 것은 작가의 따스한 글과 진정성이 독자들을 움직인 결과다. 특히 SNS입소문이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10월 출간된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경우도 비슷하다. 출간 당시 소설분야 순위는 149위로 반응은 미미했다. 그러나 올해 2월 들어 상황은 급반전했다. 2월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추천도서로 노출된 데 이어, 3월 금태섭 국회의원이 본인이 인상깊게 읽은 책으로 동료 국회의원에 300권을 구입, 선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순위는 6위까지 뛰어 올랐다. 이번 달엔 소설분야 1위로 까지 급상승했다. 책 판매량은 출간 당시에 비해 무려 108배나 뛰었다.

‘삶의 정도’는 무려 출간 6년만에 재주목을 받아 차트에 재집한 경우. 강민구 전 부산지방법원장이 지난 1월 특강에서 인생 도서로 추천한 게 불을 지폈다. 해당 강연 동영상이 유튜브 사이트에 업로드된 후 한달여 만에 4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차트에 재진입했다. 3월 둘째주에는 자기계발 분야 3위까지 오르는 등 순위가 급상승했다.

▶세월을 거꾸로, ‘리커버’‘초판본’=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은 지난해 한마디로 대박을 터트렸다. 초판본 오리지널 시리즈를 출간해온 소와다리 출판사의 기획의 힘이었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1인출판사가 펴낸 이 책은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책 사진이 올라오면서 출간 한달만에 종합베스트셀러 3위에 올랐다. 올해도 윤동주의 열기는 이어지고 있다. 옛스러움을 그대로 지닌 이 초판본을 미니 사이즈로 출간한 출판사 더 스토리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지난 3월 둘째주 10위에 오르더니 현재 6위까지 뛰어올랐다. 휴대하기 좋고 책값이 저렴해 젊은 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런가하면 무라카미 하루키를 세계적 작가로 만든 ‘노르웨이의 숲’은 30주년을 맞아 한정판으로 출시, 지난 1월 베스트셀러 12위에 올라 다시 한번 인기를 구가했다. ‘셜록홈즈 130주년 특별판 홈즈편’과 ’왓슨편‘ 역시 지난 2월 각각 5위와 10위에 올랐다.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는 시의적절한 개정판으로 베스트셀러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형작가, 대선 책 영향력 줄어=최근 베스트셀러 동향에서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는 대형작가의 영향력 약화다. 5년만에 신작 ‘공터에서’를 펴낸 김훈 작가의 경우 2월초 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 6위에 올라 3위까지 올랐지만 이내 열기가 식어 현재 10위권 밖으로 밀린 상태다. 이는 ‘공터에서’의 성표현을 놓고 여성들의 불편한 심기가 SNS를 통해 논란이 된 것도 한 이유로 꼽힌다. 13년만에 펴낸 공지영의 소설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는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얼굴을 내밀지 못했다. 대선 정국에 이렇다할 베스트셀러가 없는 점도 달라진 점. 2012년 대선의 경우, ‘안철수의 생각’이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 등이 베스트셀러 돌풍을 일으킨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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