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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니스비엔날레 이대형 큐레이터 “외압 의혹에 힘들어…늘 갈증에 시달리는 느낌”
예술위, 한국관 주제 ‘카운터밸런스’ 공개
“불균형한 세상 예술의 역할ㆍ책임 고민”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제 57회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의 한국관 전시주제는 ‘카운터밸런스(Counterbalance)’로 확정됐다. 균형을 잡아주는 평형추를 의미하는 ‘카운터밸런스’는 “이미 기울어지고 불균형해진 세상에서 예술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고민했다”는게 한국관 큐레이터인 이대형(43ㆍ사진)예술감독의 설명이다.

전시의 부제는 ‘돌과 산’이다. 그는 “작은 돌과 거대한 산은 물리적 크기만 다를 뿐, 본질은 같다”며 “큰 것과 작은 것, 위대한 것과 하찮은 것이 결국 상대적이고 유동적이며 이것이 불균형한 세상에서 그것을 되돌리기 위한 예술의 역할과 일맥상통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12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2017년 제 57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한국관 전시 주제는 '카운터밸런스'로 확정됐다. 사진은 주제를 설명하고 있는 이대형 큐레이터. [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번 한국관 전시에 선정된 작가는 코디 최(56)과 이완(38)이다. 한국관 전시를 X축과 Y축이 존재하는 가상의 그래프에 위치시킨다면, 코디 최와 이완은 각각 한 축을 차지한다. 1980년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동양과 서양, 과거와 미래 사이 경계인으로 살아온 코디 최는 시간이라는 Y축을 담당하고, 동시대 아시아 국가들에서 근대화의 흔적을 찾는 이완은 공간이라는 X축을 담당한다. 여기에 가상의 인물인 ‘미스터K’도 등장한다.

이 감독은 “코디 최는 지금 아버지 세대, 이완은 아들 세대, 미스터 K는 할아버지 세대를 상징한다”며 “생각의 차이가 있는 세대들이 화해와 조화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할아버지 세대인 ‘미스터 K’는 가상의 인물이나 역사속 존재했던 사람이다. 이완 작가가 황학동에서 단돈 5만원에 구매한 그의 사진 중 한국 현대사를 잘 보여주는 1342장의 사진을 선별해 그의 행적을 좇는다. 근대화 이전의 시골 풍경, 현대화 되는 한국인의 의식주 변화, 대가족의 유교적 관혼상제 등 한 세기 가까운 시간에 급속하게 진행된 한국 풍속사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2017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출품작. 코디최, 베니스인의 교향곡-허세의 힘, 2017.[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코디 최는 이번 전시에서 마카오와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를 주제로 한 네온 설치 작품 ‘베네치아 랩소디’ 등 10여점을 선보인다. 이 감독은 “코디 최 작가는 평상시 ‘베니스 비엔날레는 카지노 캐피탈리즘의 상징’이라며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 비엔날레 참여했다고 밸류가 증폭되는 등 허세에 휘둘리면 안된다 했는데, 실제로 한국관 작가로 나서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사실상 베니스비엔날레를 비판하는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완은 아들세대를 상징한다. 그는 ‘가족의 내일 아침 식사를 위해 오늘 몇 시간을 일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바탕으로 제작한 설치작품 ‘프로퍼 타임(Proper timeㆍ고유시)’를 공개한다. 초침의 속도가 모두 다른 670개의 시계를 한 곳에 설치한 작품이다. 이 감독은 “방안에 들어가면 제각각인 초침소리와 함께 답변자의 육성이 들린다. 세상에서 가장 부정확한 시계들이 모인 셈인데, 글로벌 자본주의 그늘에서 살고 있는 개인의 삶을 가장 정확히 반영하는 것 아니겠나 싶다. 기이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출품작. 이완, 고유시-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한다고 해도, 2017.[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날 기자간담회엔 작가인 코디 최와 이완이 참석하지 않았다. 한국관 주제를 공개하며 참여작가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 감독은 “설치 스케쥴과 전시 자금이 빠듯해 참석이 어려웠다”고 양해를 구했다.

한국관 선정 과정에서 외압 의혹이 제기된데 대해서는 “큐레이터 인생에서 이렇게 힘든 일이 있을 수 있구나 느꼈다. 목이 말라 물을 마시는데도 24시간 목마른 느낌이다”고 토로했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는 크리스틴 마셀 프랑스 퐁피두 선임큐레이터가 총감독을 맡았으며, 전체 주제는 ‘비바 아르테 비바’ (Viva Arte Vivaㆍ예술만세)다. 공식개막일은 5월 13일이며 11월 26일까지 약 200일간 이어진다. 한국인 중에는 김성환(42)ㆍ이수경(54) 작가가 120명(팀)이 참가하는 본전시에 참여한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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