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 ‘난중일기’ 가짜를 내건 간송미술관
훈민정음과 난중일기의 만남은 결국 무산됐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국보 70호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과 국보 76호 충무공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함께 13일부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전시하기로 했으나, 난중일기 진본 공개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약속한 전시를 지킬 수 없게 돼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는 내용의 공식 보도자료를 11일 저녁 배포했다. “전시의 큰 주제는 용기와 지혜”라며, 조선시대 문(文)의 대표적 상징인 훈민정음 해례본과 조선시대 무(武)의 상징인 난중일기가 만났다고 기자간담회에서자랑한지 불과 10시간도 지나지 않아서다.

간송 측이 밝힌 속사정은 이러하다. 전시를 기획하고 지난해 하반기 덕수 이씨 충무공파 종부인 최모씨와 만나 충남 아산 현충사에 기탁중인 이충무공 유물을 전시하는 계약을 맺고 준비해왔으나, 덕수 이씨 충무공파 종회가 최모씨를 상대로 대전지방법원에 낸 유물 이동금지 가처분 신청이 지난달 말께 받아들여져 난중일기를 포함한 소장품이 현충사 밖을 나올 수 없게 됐다는 것. “11일 오전 11시에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게 간송 측 관계자의 말이다.

이같은 해명에도 찜찜함은 남는다. 종회가 낸 유물처분금지 가처분 소송에 대한 판결은 이미 지난 3월 말 이루어졌고, 이에따라 전시가 어려울 수 있다는 걸 간송 측이 몰랐다는 것이 쉬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알면서도 덮고 넘어가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든다. 전시장에 선보인 ‘난중일기’를 비롯, 이순신 장군이 벽에 걸어두고 바라봤다는 칼인 장검, 병과에 급제하고 받은 무과홍패 등 관련 유물은 모두 복제품이다. 그런데도 이를 간담회 자리에서 밝히지 않았고, 전시품 설명에도 ‘영인본’이나 ‘복제품’이라고 명기하지 않아 혼란을 일으켰다.

더욱이 간송 관계자는 “난중일기는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처리가 끝나는 30일 이후 전시장에 공개될 것”이라며, 사실을 감췄다.

간송미술재단측이 이같은 상황을 정말 몰랐다면 그건 더 큰 문제다. 전시 기획과 운영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기 때문이다. 간송은 한국 사립미술관ㆍ박물관의 상징과도 같다. 미술계 관계자의 “간송미술관이 쌓아온 80년 신뢰에 금이 갔다”는 지적이 뼈아픈 이유다. vicky@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