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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킨슨병을 아시나요? ①] ‘덜덜’ 떨리고 움직임 느려지면, 이미 수 년간 진행된 상태
- 치매ㆍ뇌졸중과 함께 3대 노인질환
-“조기 진단 중요…약물치료로 개선”
-“가족, 환자 사회생활 유지 도와야”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제264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 미국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1911~2004),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1942~2016)의 공통점은 뭘까.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파킨슨병 환자였다.

지난 11일은 ‘세계 파킨슨병의 날’이었다. 특히 올해는 영국의 의사 제임스 파킨슨이 1817년 세계 최초로 파킨슨병을 학계에 보고한 지 정확히 2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해마다 그의 생일인 4월 11일을 ‘세계 파킨슨병의 날’로 제정, 기념하고 있다.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는 권투 후유증으로 40대 때인 1984년부터 파킨슨병을 앓았다. 사진은 1996년 미국에서 열린 애틀랜타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알리가 파킨슨병으로 온몸을 떨면서도 성화를 점화하는 장면. [사진=헤럴드경제DB]

파킨슨병은 뇌에서 특정 신경전달물질(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죽어가면서 몸이 떨리고 굳으며 걷기 장애 등을 일으키는 퇴행성 신경계 질환이다. 세계적으로 치매, 뇌중풍(뇌졸중)과 함께 3대 노인 질환으로 꼽힌다. 하지만 몸이 떨리는 증세가 나타날 때쯤에는 질환이 이미 수년간 진행된 상태여서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증상 처음 느낄때, 파킨슨병 이미 수년 전부터 진행”=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파킨슨병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0년 6만1556명에서 2014년 8만5888명으로 최근 4년 새 4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고령 인구가 급증하는 추세여서, 3대 노인 질환으로 일컬어지는 파킨슨병 환자의 증가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킨슨병의 환자 수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략 인구 1만명 당 1명 꼴로 발생한다. 정선주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발병률도 증가, 50세 이상의 인구에서는 200명당 1명의 발병률을 갖게 된다”며 “남성의 발병률이 여성보다 약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파킨슨병은 뇌의 중뇌에 존재하는 흑질이라는 부분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아 발생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파킨슨병이 발병하면 크게 떨림증, 근육 경축, 느린 동작, 자세 불균형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은 뇌에 도파민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긴다. 구본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도파민이 부족해진다고 파킨슨병 증상이 바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뇌의 도파민 농도가 80% 이상 감소할 때 비로소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며 “병의 증상을 처음 느낄 때에는 파킨슨병이 이미 적어도 수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로 파킨슨병은 조기 진단을 하기 어려운 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질환이 천천히 진행되고 증상이 조금씩 나타나 노환이나 기력 쇠약 등으로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킨슨병은 특히 조기 진단이 중요한 질환이다. 구 교수는 “아쉽게도 파킨슨병을 발생시키는 주 원인인 도파민이 줄어드는 이유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파킨슨병을 확진하는 단일 진단 검사는 없는 상태”라며 “파킨슨병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나 이에 대한 정확한 지식 수준이 낮아 상당수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파킨슨병은 환자의 과거력, 신체 검진, 다양한 진단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며 “특히 신경학적 검사와 도파민 PET-CT(양전자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촬영) 등의 뇌영상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킨슨병 환자, 사회활동 유지하도록 가족이 도와야”=현재 파킨슨병은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이다. 다만, 꾸준한 약물치료를 통해 증세를 개선할 수는 있다. 정 교수는 “일정 기간동안 약물을 복용해 소실된 뇌세포를 재생시키는 치료 방법이 현재는 없다“며 ”파킨슨병 치료는 당뇨병 치료와 비슷하다. 적절한 약을 적당하게 복용하는 동안에는 증상이 없어지거나 약해지지만 약물의 복용을 중단하면 증상이 다시 나타나게 되므로 꾸준한 약물 복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파킨슨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부족해진 도파민을 인위적으로 보충해야 한다. 따라서 약물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다. 치료약은 종류가 많고 용법이 다양하며 부작용 또한 많아 환자의 증상과 상황에 맞게 소량부터 처방해 서서히 증량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 교수는 “파킨슨병은 병의 진행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고 시간이 지날수록 병이 진행되기 때문에 점점 더 강한 약을 먹어야 하는 특징이 있다”면서도 “처음부터 강한 약을 먹게 되면 시간이 지난 후 쓸 수 있는 약을 찾기 힘들어 신중하게 약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환자의 치료에는 보호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환자의 식사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환자의 활동을 고려해 집안 구조를 변경하는 것이 좋다. 구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는 움직임의 장애로 우울증이나 인지기능의 감소가 유발될 수 있어, 가족의 정서적인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가족과 함께 어울려 사회활동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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