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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DHD 제대로 알자 ②] 성인 ADHD 환자 10명 중 9명, 우울증 등 정신질환 같이 앓아
- 정신과 방문한 성인 700여명 중 56%
- 선별조사 결과 ADHD 환자로 의심돼
- “치료 받지 않으면 교통사고 등 위험”
- 성인 82%, ADHD 진단 1년 이후 내원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앓는 성인 환자는 우울증, 조울증, 공황장애, 불안장애, 알코올 중독 등 다른 정신 질환을 동시에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인 ADHD 환자 10명 중 무려 9명이 이 같은 다른 정신 질환을 1개 이상 함께 앓는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성인 ADHD 환자 95%, 우울증 등 공존 질환 앓아=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이하 학회)가 최근 일반인 1068명, 성인 ADHD 진단 경험이 있는 정신과 전문의 100여 명을 대상으로 성인 ADHD의 인지도ㆍ현황에 대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의 설문에서 처음부터 ADHD로 진단받고 치료를 받는 성인은 절반 정도에 그쳐 진단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성인 ADHD의 진단이 어려운 이유는 증상이 주로 ‘과잉행동’으로 나타나는 소아 ADHD와 달리 그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존 질환으로 인해 정확한 ADHD 진단 자체가 쉽지 않은 이유도 있다. 

성인 ADHD 환자 10명 중 9명은 우울증 같은 다른 정신 질환을 함께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사진=헤럴드경제DB]

복수의 관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인 ADHD 환자의 85%가 우울증, 조울증 등의 기분장애, 공황장애 등의 불안장애, 알코올이나 약물 오남용 등의 물질 사용 장애 등을 경험한다. 전문의 설문조사 결과 진료실을 찾는 성인 ADHD환자 중에서 1개 이상의 공존 질환을 경험하는 비율이 95%에 달했다.

우울증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한 성인 731명을 대상으로 ‘성인 ADHD 자가 보고 척도(ASRS) 증상체크리스트’를 사용해 선별 조사한 결과 대상자의 55.7%(407명)가 ADHD 환자로 의심됐다. 이에 대해 성인 환자의 경우 우울증 등의 공존 질환에 가려져 기저 질환인 ADHD 가 진단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학회는 설명했다.

이소희 학회 홍보이사(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는 “성인 ADHD 증상에 대한 낮은 인지는 기저 질환인 ADHD가 아닌 공존 질환 치료만 시행되는 등 올바른 치료로 이어지지 못해 증상과 치료가 반복되는 악순환을 경험할 수 있다”며 “우울증으로 인한 ADHD가 아닌 ADHD로 인한 우울증, 불안증, 중독성 질환 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진단 시 과거 행동까지 살펴보는 등 기저 질환에 대한 판단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했다.

학회 관계자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성인 ADHD 환자의 경우 학교 중퇴, 실직, 대인관계 문제, 교통사고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며 “또 성인 ADHD 환자는 적절히 치료되지 않으면 사회ㆍ경제적 손실도 야기된다”고 말했다.

사회적 문제로 꼽히는 온라인 게임 중독과 관련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ADHD,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이 가장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실제로 ADHD 증상과 게임 중독이 공존된 환자의 ADHD를 치료하면 게임 중독도 호전되는 양상이 관찰됐다.

▶성인 ADHD 환자 절반 이상, 어른 돼서야 처음 증상 인지=전문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실제 성인 ADHD를 진단 받은 환자 중 소아ㆍ청소년기에 증상을 인지한 경우는 25.7%에 불과한 반면 성인이 돼서야 최초로 인지를 한 경우도 절반 이상(56.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DHD의 질환 인지 비율이 극히 낮음을 방증하는 사례라고 학회는 전했다. 증상을 인지하고도 즉시 정신과를 찾기보다 1년 이상, 심지어는 10년 이상 지나 방문하는 경우가 전체 응답자의 82.4%나 됐다.

일반인 설문 결과에서도 절반 이상은 ‘본인이 ADHD를 진단 받았다 하더라도 치료를 받는 것이 꺼려진다’고 응답했는데, 이 비율은 한창 사회 생활을 하는 20~30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ADHD를 치료하고 싶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유’에 대해 10명 중 7명이 ‘사회적 편견이 걸림돌’이라고 응답했고, 이 역시 20~30대에서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성인 ADHD의 근본적 치료방법’에 대해서는 10명 중 6명이 ‘심리 상담’이라고 응답했으며, ‘약물치료’라고 응답한 비율은 24%에 불과해 올바른 치료법에 대한 인지도 역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가 증상 인지 후 조기에 정신과 도움을 받아 약물 등 올바른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인식 개선이 매우 시급하다고 학회는 부연했다.

정유숙 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ADHD는 발병 후 성인까지 증상이 지속되는 신경 정신 질환으로 올바른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회ㆍ경제적 손실이 야기될 수 있고, 성인의 경우 손실이 더 클 수 있다”며 “ADHD는 올바르게 치료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질환으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실질적인 대책과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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