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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강태은 프렌닥터연세내과 비만클리닉 부원장] 대한민국 중년 오빠를 위한 알림장
“사모님, 축하드립니다. 사장님 인터뷰 기사 보셨어요? 은퇴 후 사모님과 세계일주 여행을 하는 것이 소망이라고 하시던데 너무 행복하시겠어요.” 이어진 ‘사모님’의 대답. “누가 같이 간대요?” 결국 리포터는 “농담도 참 잘한다”는 말로 어색해진 분위기를 수습해야만 했다. 어느 방송 장면이다.

이처럼 ‘웃픈’ 현실이 바로 우리 가정의 참모습이다. 피할 수도, 즐길 수도 없는 대한민국 중년. 바로 격변하는 세상이 만들어 낸 과도기적 ‘희생 세대’다. 늙어가는(?) 필자도 더 연로한 부모를 경제적으로 부양하면서, 동시에 자녀와 남편의 스펙을 동시에 쌓아가야 하는 현실을 살고 있다.

공인 영어시험 텝스를 보러 시험장에 간 한 학생이 “어린 녀석이 왜 이 시험을 보러 오냐”는 옆자리 ‘어르신’의 한 마디에 시험 내내 주눅이 들었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때 필자는 내심 ‘어르신’의 ‘필승’을 외쳤다.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중년은 다섯가지의 특징을 갖는다.

첫째, 가장 소중한 나에 대한 관심을 터부시한다. ‘덕후’를 입으로만 부러워할 뿐 철없는 일탈이라 여긴다. 둘째, 미래를 위한 오늘의 포기에는 당당하다. 셋째, 너무 바빠서 건강을 못 챙긴다. 넷째, 꿈 너머 꿈이 없다. 다섯째, 뱃살은 삶의 노고와 성취의 상징이라 생각한다.

여기서 한 50대 중년 남성의 이야기를 꺼내 본다. 그는 밤낮없이 일해 왔다. 부모 수술비, 자녀 교육비, 분양 받은 대출금을 충당하느라 달려 온 위대한 가장이었다. 그러다 문제(problem)와 위기(crisis)를 넘기며 버틴 몸에 경고등이 켜진다. 결국 신체 기능에 위험이 생기고 나서야 비로소 병원 시트에 누워 휴식을 갖는다.

돈을 버느라 아이들과 웃고 떠들며 여행 한번 제대로 가 본 적이 없는 가장은 가족이 어색하기만 하다. 추억이 없던 것이 원인이었다. 후회막급이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문제는 이런 사연이 우리 주변에 너무 많다는 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온 당신이 은퇴 후 행복을 누리기 위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두 가지를 알려 주고자 한다.

첫째, 몸이다. 미래 최고의 자산이 될 성능좋은 ‘1등급 몸’ 말이다. 코앞에 떨어진 프로젝트에 많은 밤을 새우고, 쌓인 스트레스를 ‘불금’의 술로 풀며 지내다가는 몸이 무너진다. 홍삼즙과 보양탕이 결코 몸을 위로해 주지 못한다. 소중한 내 몸 챙기기를 더 이상 미뤄선 안된다. 혈관에 좋은 오메가3지방산을 섭취하고 필수 비타민을 챙기며, 섭취하는 음식이 내 몸 속 세포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최고의 자산, ‘1등급 몸’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푸짐한 점심, 회식, 주 3회 승용차 이용 등을 포기하는 결단도 필요하다.

둘째, 가족과 ‘감성계좌’를 돈독히 쌓아 둬야 한다. 대부분 사람은 통장의 잔고 쌓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가족의 추억으로 쌓은 ‘감성계좌’는 쌓을 수 있는 유효 기간이 정해져 있다. 시간과 돈이 풍족한 노년이 돼도 결코 채울 수 없는 계좌다. 가족과 ‘눈높이 수다’를 늘리고 ‘아재들의 골프 여행’보다 ‘가족과 감성 여행’을 떠나기를 바란다. ‘감성계좌’는 장차 자녀 삶의 주춧돌이 되며, 금전 계좌보다 막강한 노년의 자존감을 세워 줄 것이다.

필자도 곧 쉰이 된다. 어린 시절 친구들도 이제는 흰머리가 가득하다. 혹독한 질병에 마주 선 이도 있고 폐경 후 우울증에 빠진 이도 있다. 옛말에 따르면 ‘하늘의 뜻을 알아야 하는 나이’가 다 됐지만, 큰 매를 한 번 맞은 이만 그 뜻을 아는 것 같다.

필자는 이 자리에서 브레이크 없는 벤츠처럼 뛰는 중년과 벤츠가 있어도 차를 탈 체력이 바닥난 노년의 ‘어르신’을 만나며 10년 후를 상상한다. 내심 벤츠 없어도 성능 좋은 ‘팔팔한 할머니’로 손자며느리와 크루즈 여행을 떠나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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