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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위법관 승진위한 ‘엘리트코스’…판사 대부분 ‘요직’자리
‘존폐논란’ 법원행정처는?
법관 인사·예산 등 행정업무 다뤄
비대한 조직·법관 승진코스 변질


최근 일선 판사들이 사법 개혁에 대해 세미나를 열려 하자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가 이를 막으려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법원 안팎에서는 법원행정처의 역할과 존폐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법원행정처는 법관 인사와 예산 분담 등 행정 업무를 맡아하는 곳이다. 일선 법원이 재판에만 주력할 수 있도록 행정 사무는 별도의 기관에서 전담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법원행정처를 고위법관으로 승진하기 위해 거쳐야 할 ‘엘리트코스’라고 평한다.

법원행정처를 거친 판사들은 요직에 기용된다. 법원 내 학술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김영훈 서울고법 판사의 분석을 종합하면, 1970년 이후 임명된 현직 판사 출신 대법관 81명 가운데 법원행정처 차장 출신이 21명, 국장급 이상이 34명, 행정처 경력이 5년 이상인 법관은 10명으로 대다수(80.2%)를 차지하고 있다. 뇌물ㆍ부패 등 중요 사건을 다루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나 형사합의부 역시 법원행정처 출신 판사들로 채워졌다. 지난 2월 법원 정기 인사 결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3명 중 2명이, 형사합의부는 13명 중 10명이 법원행정처 혹은 대법원 재판연구관 경력자로 임명됐다.

이 때문에 법관들이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는 관료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전국 법관 2900여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판사 10명 중 9명은 대법원장과 법원장 등에 반하는 의사표시를 했을 때 보직 이동 등에 불이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장 지시 아래 있다.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장의 인사권을 갖는 만큼 사실상 행정처 의사결정을 좌우한다는 분석이 짙다. 때문에 법원행정처의 비대한 규모를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과 연결해 봐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법원행정처의 규모는 소규모 지방법원 이상이다. 법원행정처에는 고법부장급 실장을 포함해 34명의 법관이 근무하는 반면, 비교적 규모가 작은 춘천지방법원에는 법원장과 수석부장판사를 제외하고 24명의 법관이 일하고 있다.

연구회 측은 법원행정처를 해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기존에 행정처가 갖던 사법정책 결정에 대한 권한은 법관 대표 회의체를 만들어 넘겨주면 된다고 주장한다. 차성안 전주지법 군산지원 판사는 “상근 판사 중심의 법원행정처를 해체하고 법관이 아닌 직원으로 채우도록 법원조직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원장이 주도하는 사무분담은 판사회의 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하도록 바꿔야한다”고 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가 법관 인사제도 개선 등 사법개혁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이달 25일 발표하려 하자, 법원행정처 고위간부가 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난 이모 판사에게 연구회 행사 축소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터져나왔다. 이 판사는 지난 2월 20일 파견 발령 철회를 요구한 뒤 원 소속인 수원지법 안양지원으로 돌아간 상태다. 현재 대법관 출신 이인복 사법연수원 석좌교수가 진상조사위원장으로 나서 이번 의혹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고도예 기자/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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