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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로 한복판에…주차장 한켠에…독립투사 동상은 아직‘빼앗긴 봄’
전문가들 “시민의식 함양 필요”

안중근 의사 순국 107주기를 4일 앞뒀던 지난 22일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 당당히 서 있는 강우규 의사 동상 주변은 쓰레기로 얼룩져 있었다. 담배 꽁초와 종이컵 등이 바람에 흩날렸다. 어디선가 악취마저 풍겨왔다. 바로 앞 지하철 1ㆍ4호선 서울역 2번 출구 앞에서는 노숙인들이 술판을 벌였다. 직장인 서동우(31) 씨는 “동상 일대가 쓰레기만 날리는 노숙인 천국이 되고 있다”며 “강우규 의사도 하늘에서 안타깝게 바라볼 것”이라고 말했다. 일제강점기인 1919년 9월 2일 강우규 의사가 제3대 조선총독으로 부임하는 사이토 마코토가 탄 마차에 폭탄을 던졌던 이곳 앞은 서 씨의 말처럼 사실상 슬럼가로 변하고 있었다.

서울 곳곳 독립 투사의 흔적들이 불법 주정차ㆍ쓰레기 무단투기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형 밴이 일대를 점령하는 것은 물론, 술병과 일회용 컵이 널브러져 있는 등 상황은 참담했다. 이날 방문했던 중구 명동 일대 이회영ㆍ이시영 6형제 집터도 마찬가지였다. 바로 눈에 띄는 것은 이회영 선생 흉상 앞에 떡하니 서있는 검은색 대형 밴이었다. 주변을 지나던 시민 김모(40) 씨는 “매번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불법주차되어 있다”며 “정말 중요한 인물 집터라면 이렇게 관리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정당국도 관리에 나름대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27일 서울시와 자치구 등에 따르면 시내 역사문화자원 관리는 각 자치구마다 있는 ‘내고장 지킴이’가 주로 담당한다. 중구는 주민들로 이뤄진 28명 내고장 지킴이를 통해 한 달에 5~6회씩 서울역광장과 명동 등 관할구역 안 역사문화자원을 점검하고 있다.

중구 관계자는 “28명이 관리한다고 해도 최소 70곳이 넘는 지역 역사문화자원을 매일 지키고 있을 수는 없다”며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시민의식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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