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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 임철우의 ‘연대기 괴물’외 신간 다이제스트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연대기, 괴물(임철우 지음,문학사상)=‘사건들의 기록자’‘탁월한 서정시인’이라는 엇갈린 평가가 공존하는 소설가 임철우의 다섯번째 소설집. 역사의 환부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날카로움과 절제된 따뜻한 정서가 소설의 바탕을 이루는 그의 글쓰기는 이번 소설집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연속된 수난의 역사를 생의 연대기로 기록해나가며 폭력들을 드러내는 일곱편의 소설은 괴물의 시대를 다시 마주해야 하는 고통을 차갑고 응축된 그 특유의 글쓰기로 보여준다. 표제작 ‘연대기, 괴물’은 보도연맹 사건부터 베트남 전쟁, 세월호 사건을 잇는 비극의 연대기를 환상으로 겪어내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번 단편들에는 작가가 오래 천착해온 기억과 죽음에 관한 사유가 빛을 발하고 있다. 작가는 이웃들, 친척들, 잠시 스쳐간 이들의 처연한 이야기를 작가의 예리한 촉수로 기억해 전달한다. 


▶난센스(제이미 홈스 지음, 구계원 옮김, 문학동네)=사람들은 혼란스럽고 불편한 상태를 못견뎌 한다. 복잡하고 모호한 상태에 처하면 그 상황을 빨리 끝내고 싶어한다. 심리학적 용어로 종결욕구다. 상황을 이해했다고 판단되면 바로 마음을 닫아버리는 것이다. 연인과의 관계에서 다툼이 생길 때 지난한 대화와 화해보다는 이별을 택하는 게 바로 그런 경우다. 종결욕구는 편견이나 선입견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쟤는 원래 저래”“이건 잘 될 수 없는 일이야”같은 생각은 그에 대해 고민하는 불필요한 수고를 덜어주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혼란스럽고 불편한 상태를 잘 다스리는 능력, 즉 종결욕구를 통제하는 소극적 수용력이야말로 불확실성 시대를 건너는 성공의 법칙이다.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보다 유예시키는 방식이다. 모호성을 견뎌내는 능력은 뛰어난 재무성과로 이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책에는 스파이 작전부터 뛰어난 FBI협상가가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사이비 교주를 다루는 방법, 앱솔루트의 보드카 광고 캠패인부터 실패함으로써 성공한 기업 픽사와 두카티까지 참신한 이야기들이 가득 실려 있다.


▶세계폭주(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바다출판사)=서른 전후, 마루야마 겐지의 속도와 야생을 향한 뜨거운 내면을 느낄 수 있다. 겐지는 오프로드 바이크와 사륜구동차로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막을 질주하고 케냐의 사파리 랠리를 취재하는 여행을 떠난다. 노르웨이와 카우보이의 로망이 남아있는 미 서부를 달리기도 하고 유조선을 타고 인도양을 건너기도 한다. 이런 폭주하는 여행을 통해 그는 자신의 몸을 자신의 것으로 온전히 느끼며 자유를만끽한다. 질주는 오로지 달리는 일에 집중해야 가능하다. 생각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모레와 바람과 혹은 기계와 한 몸이 되는 감동의 순간을 그는 거침없이 글로 써내려간다. 케냐 사파리 랠리에 참가한 이들의 복잡다단하고 미묘한 입장들, 남의 시선 따위에는 개의치 않고 자신의 의지로 핸들을 잡고 엑셀을 밟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겐지의 펜 끝에서 살아난다. 고요한 노르웨이 여행은 겐지에게 또 다른 자각을 불러일으킨다.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몸으로 글을 짓는 겐지의 펄떡거리는 생동성을 느낄 수 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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