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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뿌연 하늘…건강적신호 ①] 오늘도 ‘나쁨’ 미세먼지…이 봄 숨막히는 몸
독성물질 코·기관지서 잘 안걸러져 폐포 흡착 질환 유발…혈액 침투 산모·태아에 악영향, 치매까지도 유발

#직장인 양모(44) 씨는 얼마 전부터 감기에 걸린 것처럼 맑은 콧물이 나고 코가 자주 막혔다. 아침이면 목이 간지럽고 마른 기침도 계속나왔다. 단순한 환절기 감기 증상으로 생각해 약국에서 감기약을 사 먹었지만 증상은 열흘이 지나도록 계속됐다. 견디다 못해 지난 주말 병원을 다녀온 양 씨는 “평소 가볍게 앓던 알레르기 비염이 심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미세먼지가 심한 올해에는 증세가 더욱 유난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미세먼지 수준이 연일 ‘나쁨’ 수준으로 예보되고 있다. 미세먼지는 주로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에 황사와 함께 기승을 부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계절을 가리지 않고, 특히 추운 겨울에도 미세먼지ㆍ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될 정도로, 우리나라의 공기 질은 시도 때도 없이 나빠진 상태다. 바깥에서 숨 한번 제대로 쉬어 보는 일도 쉽지 않게 됐다.

미세먼지는 입자가 작아 몸 속으로 쉽게 들어오게 된다. 때문에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혈액으로 침투해 동맥경화증, 심지어 치매 같은 무서운 질환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접촉을 차단하는 등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당부했다.

전국적으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지난 20일 오전 서울 도심이 온통 뿌옇게 보인다. 미세먼지는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강조한다. [연합뉴스]

▶“입자 작은 미세먼지, 폐포로 들어가 중금속 중독 등 야기” =먼지가 우리 체내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접하는 기관이 코다. 코로 들어온 큰 먼지는 콧물에 달라붙거나, 콧털에 의해 걸러지며 제거된다. 중간 정도의 먼지는 호흡기의 점막이나 방어 기전에 의해 제거되거나 가래로 다시 나오게 된다.

그러나 크거나 중간 정도의 먼지라도 다 안전한 것은 아니다. 김기업 순천향대 서울병원 호흡기ㆍ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만약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천식, 기관지 확장증 같은 호흡기 질환이 있거나, 면역 기능에 문제가 있다면 기관지 이상으로 먼지가 기관지에 쌓이거나 흡수돼 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바로 작은 먼지다. 이 작은 먼지가 흔히 부르는 미세먼지ㆍ초미세먼지다. 작은 먼지는 기관지를 지나 폐포에 도달해 폐포 벽에 달라붙어 이물 반응이나 화학 반응을 유발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김 교수는 “먼지가 함유하고 있는 성분이 문제가 된다”며 “공장에서 나오는 질산 성분, 자동차 매연에서 나오는 황산 성분, 디젤,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포함돼 있으면 이는 폐포에 들어가서 중금속 중독이나 폐렴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초미세먼지는 산소 교환을 하는 폐포에 직접 붙어 있어 더욱 문제”라고 덧붙였다.

▶“초미세먼지, 산모에게 사산 또는 기형아 유발시킬수도”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크기에 따라 분류된다. 먼지의 크기는 다양해, 가장 큰 1㎜짜리부터 100만분의 1㎜짜리도 있다. 머리카락 굵기 정도인 70㎛ 크기 이상의 것들은 금방 땅에 떨어지므로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우리 몸에 영향을 주는 것은 10㎛이하의 먼지다.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의 굵기의 먼지가 미세먼지다. 미세먼지 중 더 작은 2.5㎛이하의 먼지를 초미세먼지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폐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포를 직접 통과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김 교수는 “주로 기관지에 붙어 있는 미세먼지는 내포하고 있는 독성 물질 때뭄에 몸에 해롭게 작용된다”며 “이 중 중금속, 황산, 질산, 디젤 등이 염증을 유발하거나 폐암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관지를 통과할 수 있는 0.1∼1㎛크기의 먼지가 폐포 내 침착율이 가장 높다“며 ”이러한 경로로 폐포 내에 먼지가 많이 침착되면 진폐증이나 규폐증이 발생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세먼지는 건강한 성인보다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 어린이, 임산부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김 교수는 “기존의 폐나 심장에 질환을 갖고 있는 성인도 미세먼지에 악영향을 받는다는 한 통계 자료도 있다”며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주로 공해가 심한 날이라 노약자나 어린이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욱이 초미세먼지보다 더 작은 먼지는 폐포를 통해 직접 혈액으로 흡수돼 혈관에 침착, 질병을 유발한다”며 “심각한 예를 들면 대표적 심혈관ㆍ뇌 질환인 동맥경화증과 알츠하이머병(치매), 산모에게는 사산 또는 기형아를 유발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미세먼지는 피부로는 스며들지 않는다. 김 교수는 “체내 기관지나 위장 등은 세포벽이 홑겹이라 외부 이물질이 쉽게 침투 할 수 있다”면서도 “다행히 피부는 세포벽이 수십 겹으로 되어 있어 쉽사리 이물질이 침투되지 않는다. 다만 피부에 질환이나 방어벽이 손상됐다면 (미세먼지가)침투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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