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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색선율 물든 통영의 밤…봄꽃도 고래도 춤춘다

  • 기사입력 2017-03-21 11:04 |함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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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나폴리 닮은 ‘예향 ’ 통영…벚꽃 필 무렵 울려퍼지는 ‘윤이상 국제음악제’…미륵산·한산도·벽화마을 동피랑에도 마중나온 꽃향기 가득

태평양이 내려다 보이는 통영에 개나리와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트렸다. 미륵산 북쪽 봉수골과 원평리에는 오는 29일 무렵 벚꽃이 핀다. 봄꽃에 둘러싸인 통영에서 오는 31일부터 4월 9일까지 세계 최고 봄철 음악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 윤이상(1917~1995)의 선율이 통영의 밤을 밝히고, 봄꽃과 고래를 춤추게 할 것이다.

동백림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받고도 국정농단 세력의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윤이상 평화재단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이 봄, 세계인들은 다 알지만 우리만 몰랐던 사실, ‘통영의 아들 윤이상이 20세기 세계 최고 작곡가’임을 속시원하게 선포한다.

봄꽃에 둘러싸인 통영에서 오는 31일부터 4월 9일까지 세계 최고 봄철 음악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 윤이상의 선율이 통영의 밤을 밝히고, 봄꽃과 고래를 춤추게 할 것이다. 사진은 통영의 야경.

▶통영문화협회의 르네상스 =윤이상이 끝내 이국 땅에서 숨지고 나서야, ‘꽃의 시인’ 김춘수(1922~2004)가 각혈의 고통 속에서도 화가 전혁림(1916~2010)을 찾아가, “형님 이제야 통영문화협회가 부활할 모양입니다”라고 울먹였던 한(恨)도 풀릴 모양이다.

통제영 세병관, 케이블카 아래 루지(luge) 다운힐 코스가 신설된 미륵산, 이순신의 한산도, 벽화마을 동피랑 등 윤이상 기념관을 에워싸고 있는 통영의 랜드마크 마다 ‘완전한 봄’이 찾아들었다.

천혜의 풍광은 두말 하면 잔소리이므로 휴머니즘이 빚어낸 ‘예향’ 통영을 들여다본다. 통영의 문화예술인들은 해방 되자마자 일제 잔재를 걷어내는 피렌체식 문예부흥을 도모한다. 통영문화협회를 창설한 것이다. 1945년 결성된 이 협회에서 청마 유치환(1908-1967)은 회장을 맡았고, 윤이상과 전혁림, 시조시인 김상옥(1920~2004)이 간사를 맡아 좌중을 이끄는 동안, 유치환 부부의 결혼때 화동(花童)을 했던 김춘수는 총무를 맡아 연락을 다니고 토론하던 선배들의 목을 축이는 주전자 물을 날랐다. 협회에는 나전칠기의 명장 김봉룡(1902∼1994), 통영최초의 서양화가 김용주(1910~1959), 작곡가 정윤주(1918~1997), 영문소설의 김용익(1920-1995) 등도 참가했다.

그들의 자취는 구석구석 둘러봐도 10㎞를 넘지 않으므로, 윤이상 떡볶이, 오미사 꿀빵, 우짜죽, 충무김밥 등을 사먹으며, 천천히 걸어다니면 되겠다.

▶남망산 공원의 남성 나신(裸身) =남망산조각공원의 대표작은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이지만, 입소문 난 최고 걸작은 김영원 작가가 만든 남성의 나신 행렬 ‘허공의 중심’이다. 세계적 거장들의 작품 15점도 꼭 둘러보자.

이곳에서 북쪽으로 1.5㎞쯤가면 통제영 동쪽에서 청마거리를 만난다. 입구에 청마 흉상과 그의 시비가 나오고 좀 더 들어가면 연서(戀書)를 보내던 통영중앙우체국이 있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느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쓴다….’ 유부남 유치환은 미망인이 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통영여중 교사(시조시인) 이영도(1916~1976)를 흠모하며 연서를 썼지만,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이었다.

서쪽의 통제영에 조선시대 통영 주변지역 경제를 돌게하던 화폐 발행처 ‘주전소’와 다양한 군수물자를 만드느라 고도로 발전된 ‘공방’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전칠기 공방의 새내기 교습소에서 이중섭(1916~1956)은 데생 강사를 했고, ‘소’시리즈 등 그의 대표작 거의 대부분을 통영에서 그렸다. 주전골 윗쪽이 동피랑이다.

충렬사와 통제영 사이 문화동 260번지에는 1913년 이후 윤이상과 김춘수, 박경리에게 서구문화의 다양성을 일러준 호주선교사회 사택터가 있다. 충무교회나 이곳에서 선교사들은 이들에게 피아노 등 서양악기, 커피문화, 서구사상과 기독교 문명의 흐름을 일러줬다고 한다. 소년 윤이상이 피아노 소리를 처음 듣고 매료된 장소이기도 하다. 현재 이곳은 선교성지 복원작업이 진행중이다.

▶가슴시린 사랑이야기 셋 =통영에는 3개의 가슴시린 사랑이 있다. 유치환-이영도가 그 첫째이고, 둘째는 백석(1912~1996)과 서피랑일대 명정동 여인 박경련(난) 간의 사랑이다. 백석의 짝사랑이다. 평북 정주가 고향인 백석은 1935년 친구의 혼인축하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난에게 첫눈에 반해 이듬해까지 여러차례 통영을 방문한다. 두번째 방문때 난을 만나지도 못한 백석은 충렬사 돌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내가 좋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붉게 동백꽃 피는 철엔 타관 시집을 갈 것만 같은데…나는 이 저녁 울 듯, 울 듯 한산도 바다에 뱃사공이 되여…’라며 눈시울을 붉힌다. 세번째 방문에서 결국 친구한테 난이 시집갔다는 소식을 접하고 만다.

서피랑 근처 간창골과 서문고개 일대에서 박경리를 만난다. 통제영보다 더 높은 달동네에 살았던 박경리는 통제영을 내려보며 대하(大河)의 담대함을 키웠다. 담벼락에는 ‘영혼의 맑은 샘가, 세상 부러울 것 없이 충일한 곳, 사랑은 가난한 사람이 한다’는 시가 적혀있다. 대하소설가 답지 않아 이채롭다. 박경리 생가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프랑스 계몽사상의 산실 ‘살롱’ 같은 통영문예인들의 토론 아지트 하동집 터를 만난다. 지금은 문예사조의 접미사 같은 ‘이즘’이라는 한옥 펜션으로 바뀌었다.

드라마 ‘도깨비’의 배경 인천 배다리마을, 최참판댁의 하동, 신방을 차렸던 원주 조차 영웅으로 추앙하는 박경리이다. 이곳 주민들도 그렇다. 이 마을 어르신들은 영웅을 가슴에 품은뒤 경로당을 ‘박경리학교’로 바꾸고 글을 깨우쳤으며 글짓기를 해서 학교벽에 붙였다. 그리고 김용우 동장과 함께 ‘인사하는 거리’를 만들었다. 거리 곳곳엔 여중생이 만든 반장선거 벽보 처럼 주민들의 프로필 사진과 자기소개글이 붙어 있다.


▶‘유사이래 최고 음악가 44인 중 1명’ =명정동의 ‘서피랑 떡볶이’ 집을 시작으로 윤이상과 함께 학교 가는 길이 시작된다. 이중섭 식당을 지나면 나오는 초정거리엔 김상옥 선생의 생가도 있고 동판에 새긴 서화작품들도 보인다. 이 골목에는 국내 최초 여성 목사인 최덕지 목사, 윤보선 대통령의 영부인 공덕귀 여사가 살았다. 호주선교사 24명 중 14명이 여성이었는데, 이들의 여풍당당 마인드 영향으로, 통영은 여성에 대한 근대교육이 어느지역보다 일찍 시작됐다.

가슴시린 세번째 사랑은 김상옥 시인 부부 얘기이다. 2004년 10월26일 부인이 사망하자 초정은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며 슬퍼하다 닷새후인 그달 31일 부인을 따라갔다. ‘찬서리 눈보라에 절개 외려 푸르르고/ 바람이 절로 이는 소나무 굽은 가지/ 이제 막 백학(白鶴) 한쌍이 앉아 깃을 접는다…’ 그의 작품 ‘백자부’엔 이 지독한 사랑이 암시돼 있다.

윤이상 생가가 있는 도천동 1487번지에 이르면 정작 ‘윤이상’이라는 이름은 찾기 어렵고 ‘도천 테마파크’, ‘도천 음악마을’이 나타난다. 윤이상 음악제는 슬그머니 통영국제음악제로 둔갑한다. 뮌헨올림픽 메인테마곡 ‘심청’ 작곡, ‘베를린 필하모닉’의 탄생 100주년 기념곡인 ‘교향곡 1번’ 작곡, 독일 공영방송 선정 ‘20세기 가장 중요한 작곡가 30인 중 한사람’, 뉴욕 브루클린 음악원 선정 ‘유사 이래 최고의 음악가 44인(20세기 1인=윤이상)’ 등 위대한 족적을 국민은 아직 잘 모른다. 유네스코가 윤이상 등을 떠올리며 통영을 ‘창의음악도시’로 지정한 사실도, 일본과 대만 음악계를 윤이상 제자들이 석권하고 있다는 것도, 미국 대학의 의뢰를 받아 동서양 퓨전음악의 영감을 얻기 위해 평양대총을 방문했던 것도 국민은 잘 모른다. 국민들의 이 엄청난 무지를 깨우쳐 줄 의무가 통영시민들에게 있다.

▶정지용 “통영 풍광 표현 못하겠다” =도천마을을 지나 통영 해저터널의 긴 어둠을 빠져나가면 김춘수 유품전시관과 미륵산 북쪽 자락 전혁림미술관을 만날수 있다. 소매물도, 욕지도 등 570개의 크고 작은 섬이 빚어내는 장관의 감흥은 미륵산 꼭대기 정지용의 시에 나타난다. ‘통영과 한산도 일대의 풍경, 자연미를 나는 문필로 묘사할 능력이 없다.’ 이중섭이 40년 생애 중 통영 생활 2년동안 걸작의 80%이상을 남긴 이유는 통영 사람, 문화예술인과의 상상력 넘치는 교류에 있었다고 한다. 통영은 ‘사람은 꽃 보다 아름답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올 봄 통영 여행은 음악의 잘츠부르크, 미항의 나폴리, 장벽 무너진 베를린, 문화예술 넉넉한 피렌체, 루지가 질주하는 평창 슬라이딩센터 등의 매력을 합쳐 놓은 것이다.

함영훈 여행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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