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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품학자가 과학적으로 밝힌 식품의 진실
‘좋은 식품’ ‘나쁜 식품’ 따로 없어
특정 기능성 성분은 극히 미량

음식과 약을 동일시 사고 위험
MSG, GMO 위해 논란에 쐐기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밀가루만 끊으면 비만과 각종 질병에서 해방된다’‘새우와 계란을 먹으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진다’‘전자레인지로 음식을 데워 먹는 것은 위험하다’…

인터넷 등에 떠도는 말들이다. 식품과 건강 관련 정보는 차고 넘치지만 과학적 근거가 있는 말들은 찾기 어렵다. 일상의 주 식품인 계란만해도 콜레스테롤의 주범 혹은 완전식품으로 서로 정보가 엇갈린다. 서로 모순되는 정보 앞에서 어느게 옳은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지난 20년간 잘못된 식품정보를 바로잡는데 힘써온 이한승 교수는 저서 ‘솔직한 식품’(창비)에서 잘못된 정보를걸러내려면 과학적 눈을 갖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식품과 관련된 가장 일반적인 오해는 ‘좋은 식품’과 ‘나쁜 식품’을 나누는 것이다.

식품연구자들에 따르면, 이는 옳지 않다.

이들은 “어떤 식품을 가져와도 그 속에 발암물질이 들어 있거나 항암물질이 들어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일 수 있다”고 말한다. ‘좋은 식품’과 ‘나쁜 식품’은 따로 없다는 말이다. 식품 속에는 매우 다양한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에 한 두 가지 효과를 지닌 물질이 있는 동시에 바람직하지 않은 물질도 들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식이섬유의 경우, 소화가 되지 않는 탄수화물이 식이섬유의 주 성분으로, 위장관을 훑으며 몸에 좋지 않은 물질을 흡착시켜 몸 밖으로 빼내는 작용을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우리 몸에 필요한 칼슘과 마그네슘 같은 무기질도 함께 배출되기 때문에 무기질이 부족한 사람들은 지나친 섭취를 피해야 한다.

음식과 약을 동일시하는 것도 흔히 범하는 오해다. 건강기능식품도 의약품이 아니라 단지 식품일 뿐이다. 질병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기능활성화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

저자는 전통음식에 대한 과신도 경계한다. ‘동의보감’ 같은 고서에 어떤 음식이 좋다고 씌어 있으면 무조건 받아들이는 식은 위험하다. 저자는 이를 ‘음식 근본주의’라고 꼬집으며 모든 식품은 과학적 검증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한다.

‘발암물질’‘항암물질’도 마찬가지다. 십자화과 채소인 배추나 양배추, 무 등에는 글루코시놀레이트라는 물질이 포함돼 있어 위암, 간암, 유방암 등의 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많지만 역학조사결과는 이와 반대다. 환자ㆍ대조군 연구에 따르면, 김치를 많이 먹는 사람은 위암과 대장암 발병률이 더 높다. 막걸리나 레드와인이 몸에 좋다는 결과들 역시 유효성분은 대부분 극미량에 불과하다. 더욱 중요한 건 술이 1군 발암물질에 속한다는 점이다. 알코올이 대사되어 만들어지는 아세트알데히드도 2B군 발암물질에 올라있다.

‘천연’은 좋고 ‘인공’은 나쁘다는 인식도 식품의 오해 중 하나다. 일례로 MSG의 경우 화학조미료이기 때문에 몸에 나쁘다고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일단 화학조미료라는 말부터 잘못됐다. 이 세상의 모든 물질은 화학물이기 때문이다. MSG는 글루탐산에 나트륨이 하나 붙은 물질로, 물과 만나면 글루탐산과 나트륨으로 이온화된다. 글루탐산이나 글루탐산나트륨이나 물에 녹아서 이온화되면 동일한 물질이다. 천연이건 합성이건 화학식이 같으면 몸 속에서 대사되고 분해되는 과정은 동일하다는 것이다.

살구씨 열풍이 사라진 이유도 ‘천연’의 위험성을 보여준 사례. 살구씨의 약효성분이자 독성성분인 아미그달린은 시안화합물로 독극물인 청산가리가 가장 유명하다. 아미그달린은 시안기에 당이 붙은 형태로 인체 내에서 효소에 의해 분해되면 유독할 수 있다. 청매실도 마찬가지다. 매실주나 매실청의 아미그달린 농도는 100일 정도 지났을 때 kg당 200mg 이상까지 올라간다. 1년이 지나면 거의 없어지므로 이후에 먹는 게 좋다.

위험과 안전은 반드시 과학적 근거를 기준으로 나눠야 한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과학정보는 업데이트가 필수다. 가령 1930년대 사용했던 ‘산성 식품’‘알칼리성 식품‘등의 분류법은 이제 폐기하는게 맞다. 산성 식품이나 알칼리 식품으로 분류하는 방식은 그 식품이 산성이냐 알칼리성이냐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산성 식품을 먹는다고 산성 체질이 되거나 알칼리성 식품을 먹는다고 알칼리성 체질로 비뀌는 건 아니다.

저자는 한 때 무차별적 음해를 당하다가 오랜 시간이 지나서 무죄방면된 MSG, 설탕, 사카린 등에 대한 지식도 업데이트되어야 마땅하다고 말한다.

소비자와 다투는 일을 피하고 싶어 기업들도 이런 사실을 알리는 데 있어 소극적인데, 이는 오히려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과학에 대한 불신은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마련이다.

건강한 삶을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식품 사용법은 이렇다.

“가장 간단하고 쉬운 원칙들을 생각해보자. 그 원칙에 따라 먹는 것이 우리를 지배하지 못하게 하고 우리가 먹는 것을 지배하면 된다. ‘영양소가 고른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는 원칙 말이다.”

다이어트에 대한 진실 등 일반인들의 관심사부터 MSG와 함께, 광우병, 삼양라면 공업용 기름 파동, 유전자변형식품에 대한 오해까지 명쾌하게 정리해 놓았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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