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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세무조사 들먹이며 치킨값 주저앉힌 정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선두 주자인 BBQ가 정부의 강력한 만류에 결국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세무조사도 불사하겠다며 정부당국이 서슬퍼런 칼날을 들이밀자 백기를 들고 만 것이다. 농식품부가 이렇게 노골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데 아무리 간 큰 기업이라도 버터낼 재간은 없다. 업계 1위라고는 하지만 중견기업에 불과한 이 회사로선 감당하기는 버거운 일이다. 가격 결정 등 기업 경영에 정부가 감놔라 배놔라하며 끼어드는 고질병이 여전하다는 게 또 확인됐다.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정부 개입이 지나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당초 이 회사는 오는 20일부터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10% 안팎 올리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나름 인상 요인은 충분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탓도 있지만 인건비와 임대료, 배달 대행업체 수수료 등이 많이 올라 지금의 가격으로는 도저히 수지를 맞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적게는 5년에서 10년 가까이 되도록 값이 묶여 일선 가맹점이 받는 고통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값을 올릴 때가 됐고, 올라도 그 혜택은 업체가 아닌 가맹점주에게 대부분 돌아간다고 한다. 이런주장을 액면 그대로 다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세무조사’까지 들먹이는 건 누가 봐도 과하다.

농식품부는 연간 단위로 정해진 값에 물량을 공급받는 치킨 프랜차이즈가 산지 가격 변동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는 건 온당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폭리나 부당이익 담합 등 불공정행위가 있다면 엄단해야겠지만그런 일도 없다. 왜 그토록 치킨값 인상에 민감하게 대응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시장의 몫이다. 그게 시장경제의 기본이다. 업체들이 멋대로 제품 가격을 정해도 적정하지 않으면 수요자가 외면하고 종국에는 도태된다. 안그래도 치열한 경쟁의 치킨 시장이다. 공연히 정부가 끼어들면 되레 시장질서와 가격구조만 왜곡된다. 오히려 정부가 할 일은 재고물량을 활용한 적절한 수급조절과 함께 복잡한 유통구조가 가격을 끌어올리지는 않는지를 살펴 바로잡는 것이다. 가격 결정은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공정한 감시자로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하면서 기업경영의 자유 침해를 한 사유로 적시했다. 누구도 시장경제의 가치를 훼손할 수 없다는 엄중한 경고다. 권력과 정치권을 겨냥한 것이라고 하겠지만 정부 당국도 그 의미를 곱씹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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