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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으로 그린‘23편의 histories’…亞작가 17인, 백남준을 그리다
백남준아트센터 ‘상상적 아시아’展
과거·현재 아우른 역사적 정체성
23여점 무빙 이미지로 표출


‘백남준 키즈’라고 이름 붙이기엔 연결고리가 너무 적다. 그러나 동시대 영상을 기반으로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이들 17명(팀)의 작가들은 어딘지 모르게 백남준과 닮아 있었다. 아시아인이지만 세계적 아티스트였고, 동서양을 아우르는 화두를 던지면서도 아시아적(한국적) 가치를 사랑했으며, 비디오아트라는 장르를 개척해 현대예술의 지평을 넓힌 백남준이 이 전시를 봤다면, 호탕하게 웃었을지 모르겠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올해 첫 기획전으로 아시아권역 예술가 17명(팀)이 참여하는 ‘상상적 아시아(Imaginary Asia)’전을 개최한다. 전시에는 23여점의 무빙이미지 작품이 선보인다. 제목에서 표방하듯 작가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아시아를 ‘상상해’ 제시한다. 참여작가는 중국, 일본, 베트남, 태국 등 대부분 아시아 출신이지만 이집트(와엘 샤키), 러시아(AES+F), 레바논(아흐마드 호세인) 등 아시아 주변국가 작가들도 있다. 



이들이 제시하는 아시아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하나는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다양한 아시아 지역의 이야기다. 전쟁, 타자에 의한 급격한 근대화, 압축적 경제발전 등 공통된 역사를 겪은 아시아는 각기 독립된 나라임에도 비슷한 상처를 가지고 있다. 주로 동아시아 작가들이 참여해 자국의 역사적 정체성을 표출한 작품을 선보인다.

일본작가인 아이다 모코토는 ‘자칭 일본의 수상이라 주장하는 남성이 국제회의 석상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를 선보인다. 일본 억양이 그대로 살아있는 영어를 더듬더듬 말하는 주인공은 영락없이 아베신조 일본 총리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26분 동안 국제화시대라는 달콤한 말에 빠져들지 말고, 에도시대 행해졌던 폐쇄적 쇄국정책으로 돌아가야한다고 주장한다. 짐짓 비장한 표정으로 행하는 어눌한 영어 연설은 상당히 우스꽝스럽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과 영국의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현살화된 지금, 씁쓸한 웃음만을 던져준다.

다른 하나는 아시아의 현재와 미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로 아시아와 서양의 경계에 위치한 국가들의 영상작업으로 동서양의 조화와 대립에 대한 탐구를 이어간다. 대표적 작품은 AES+F의 ‘신성한 알레고리’다. 5채널 비디오의 컴퓨터그래픽이 화려한 이 영상은 르네상스 양식의 연 15세기 화가 조반니 벨리니의 회화에서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국제공항을 배경으로 다양한 인종이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며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냈다. 회화에서 차용한 영상미도 상당하지만, 배경이 되는 국제공항이 기독교에서 말하는 ‘연옥’을 상징한다는 것을 알고 나면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도 상당하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중립의 지대, 현실적이면서도 동시에 환상적인 그곳은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사라져버린 무빙이미지로 표현하기 가장 적합한 장소인지도 모르겠다.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백남준이 처음 개척한 비디오아트는 21세기 디지털 기술과 만나 무빙 이미지 개념으로 확장돼, 비디오, 영화, 애니메이션 등 장르의 구분이 의미가 없어졌다. 특히 사진과 영상매체는 더이상 현실의 기록으로서 작용하지 않고,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해체되고 있어 무빙이미지는 유기적이면서도 확정적 가능성을 가지게 됐다”며“모든 작가에서 백남준이 살아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은 영상 형식면에서도 흥미롭다. 무빙이미지의 융합적이고 다층적 면모가 유감없이 드러난다.

기승전결이 또렷한 영화적 무빙이미지가 있는가 하면, 퍼포먼스의 기록인 다큐멘터리, 사진과 영상을 더해 3D로 구현한 영상, 회화적 영상도 선보인다. 전시는 3월 9일부터 7월 2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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