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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섹남’ 김지석이 만들어가는 연산, 왜 매력적일까?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MBC ‘역적’에서 길동(윤균상 분)은 왜 건달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분명히 했다. “인간이 아닌 짐승으로 살겠습니까”라는 길동의 말에는 계급의식이 충만하다.

개인적 건달이 아닌 사회적 건달로 살아가는 길동의 극복과정은 멀고도 험난하다. 왜냐하면 원수에 대한 복수전의 형태가 아닌 당시 조선의 양반(사대부)들이 가진 차별의식에 대한 전쟁을 펼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길동의 극복상대는 자신의 아버지 아무개(김상중)가 죽인 조참봉 부인인 박씨(서이숙)와 왕족 충원군(김정태)이다. 서이숙과 김정태는 미드필드 정도에서 윤균상의 적대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최전방 극복 대상은 연산(김지석)이다.

그런데 ‘뇌섹남’ 김지석이 만들어가는 고뇌에 찬 연산이 매력적이다.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은 희대의 폭군으로 고정됐던 연산에 강상의 법도가 낳은 또 다른 피해자라는 새 옷을 입혀 전에 없던 해석으로 그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백성을 훔친 도적인 길동과의 대비가 연산의 새로움을 더욱 부각시켜주고 있다. 

 게다가 김지석은 사초, 조의제문, 무오사화 등 당시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게 한다.

김진만 감독은 “민심을 사로잡은 길동과 백성의 마음을 져버린 연산은 동전의 앞, 뒷면처럼 그 시대에 보여줘야 할 대립적이고 배반적인 인물”이라면서 “폭군으로부터 백성을 훔쳐낸 역적, 길동과 유교 사상과 왕권의 대립으로 또 다른 역적이 되어가는 연산의 대립이 작품의 큰 축”이라고 설명했다.

황진영 작가는 “연산은 관성적이고 맹목적인 것을 지겨워하며, 조선 사회에 대한 맹렬한 문제의식을 지녔으면서도 그 문제의식이 인류애로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점점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형태로 축소된다. 이것이 전무후무한 폭정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사랑 없는 개인의 삶은 개인의 비극으로 끝나지만 인류애를 지니지 못한 지도자의 삶은 곧 나라의 불행이기 때문이다. 사랑 없이 텅 빈 가슴을 지닌 최고 통치자로 연산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새로운 연산이 탄생한 데는 배우 김지석의 공이 크다. “연산에 처음 접근할 때는 그가 남긴 업적이나 기행 등 사료를 통해 연산이 느꼈을 감정이나 상황을 유추했다. 하지만 점점 극에 젖어 들면서 역사에 남은 결과보다는 현장의 공기로 연산이 느꼈을 생각과 느낌을 직접 느껴보려고 한다”면서 “무오사화 역시 기록보다는 현장과 대본에 집중해 표현해냈다”고 밝혔다.



“역사적 기록을 토대로 하면서도 미리 짐작하고 계산한 연기가 아닌, 오롯이 현장에서 느끼는 감정을 우선시하는 연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김진만 감독의 디렉션 덕분”이라고 고백한 김지석은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내가 현장에서 느끼는 감정에 나름의 믿음이 생겼다. 한번은 감독님이 큐 싸인을 주기 전에 그 당시 대간과 유생들이 연산에게 했던 말들을 소리쳐주셨다. 그 결과 내가 짐작하고 의도했던 톤이 아닌 전혀 새로운 것이 나왔는데 그 경험이 그야말로 신기했다”고 회상했다.

세심한 연출과 입체적인 극본, 고민을 거듭한 호연이 만난 결과는 성공적이다. 드라마는 원자의 무게를 버거워했던 세자 융, 훗날의 연산이 “위를 능멸하는 풍습을 통렬히 뿌리 뽑으라”며 능상 척결의 칼날을 휘두르는 폭군이 되는 과정을 촘촘하게 세세하게 그려내 호평받고 있다.

그래서 길동과 연산과의 대비와 대립은 역사를 더욱 입체적이고 풍성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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