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프리즘] ‘잠이 보약’이라는데…잘 주무시나요?
세계수면학회(WASM)는 2008년부터 매년 3월 둘째 주 금요일(Friday of the second full week of Marchㆍ올해는 17일)을 ‘세계 수면의 날’로 지정해 오고 있다. 이를 기념하고 수면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세계 수면 주간(올해는 13~19일)’도 설정해 놓고 있다. 잠이 얼마나 인간에게 절실하고 소중하면 ‘수면의 날’과 ‘수면 주간’까지 만들었을까 싶다.

‘잠이 보약’이라는 옛말도 있을 만큼 건강한 삶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바로 숙면이다. 실제로 잠은 신체 기능의 회복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향운 이화여대 목동병원 수면센터장(신경과 교수)은 “잠은 낮동안 지친 몸과 뇌를 회복시킬 뿐만 아니라 성장ㆍ성호르몬을 분비하게 하고 고갈된 에너지를 보충하며 상황에 대처하는 판단 능력을 정상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해 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는 느낌이 들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사회가 되면서 수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어 문제다. 우선 수면의 양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사람의 수면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다. 지난해 OECD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는 평균 수면시간이 8시간 50분, 미국은 8시간 38분, 영국은 8시간 13분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7시간 49분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적었다.

수면의 질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72만명을 넘어섰다. 2010년(46만1000명)과 비교하면 5년 새 무려 56%가량 급증한 수치다. 불면증의 경우 우리나라 사람의 1년 유병률이 30~40%, 정신건강의학과 환자는 66%에 이르고, 코골이로 알려진 수면무호흡증의 경우 우리나라 남성과 여성의 유병률이 각각 13.7%, 여성은 6.2%의 유병률나 된다는 통계도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꿀잠’을 잘 수 있는 사회인지 의문이다. 우선 일을 너무 많이 하는 나머지 잠을 잘 시간이 절대적으로 모자란다. 우리나라 사람의 연간 노동시간은 2015년 기준 2246시간(평균 1766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였다.

치솟는 집값, 교육비 등 각종 비용을 감당하다 보면 은퇴 이후를 미리 준비하지 못해 ‘노후 절벽’에 빠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지난해 말 우리 국민 6명 중 1명은 빈곤층이고, 노인 2명 중 1명은 빈곤에 빠져 있다는 통계청의 조사 발표도 있었을 정도였다. 만일 ‘미래’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중년이라면 숙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더욱이 해마다 터져 나오는 각종 ‘사태’도 불면증을 야기시킨다.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메르스 사태’, 2016년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 ‘트라우마’에 빠진 사람들이 과연 편히 잠들 수 있을까. ‘잠이 보약’이라는 말을 몸으로 느끼는 사회가 되길 희구해 본다. ke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