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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답한 고구마 현실 ‘뻥’ 뚫는 사이다 드라마
‘김과장’ ‘힘센 여자 도봉순’ 등
작은 영웅들 통쾌함 선사

고구마 같은 답답한 세상이다. 열심히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이럴 때는 사이다 드라마가 제격이다.

요즘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김과장’과 ‘힘센 여자 도봉순’은 답답한 현실을 픽 하고 웃으면서 볼 수 있는 드라마다. 현실세계를 완전히 도피한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 세계속에서 약간의 장치를 가미해 웃음과 감성, 통쾌함을 제공한다.

KBS2‘ 김과장’ (왼쪽 사진) 과 JTBC‘ 힘쎈 여자 도봉순’.

‘김과장’처럼 직장이라는 공간을 그린 콘텐츠가 잘 되는 것은 직장인과 그 가족들이 그만큼 살기 힘들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김과장’속 경리부 직원들은 모두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부서 해체나 구조조정, 명예퇴직 같은 것들이다.

경리부 추부장을 연기하는 김원해는 멀지 않아 직장을 떠날 부장이나 차장 얼굴로서는 가장 적격이다. 직장에 다니는 우리네 아버지의 모든 애환과 페이소스가 김원해의 표정과 구부정한 자세 속에 다 녹아있다.

열심히 일하는데 상황은 나아지기는 커녕, 자기 자신을 잃어갈 뿐이다. 여기에 대해 누가 명쾌한 답변을 해줄 수 있을까? 정부가? 회사가? 부모가? 아무도 없다. 대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김과장’이나 ‘도봉순’ 같은 작은 영웅 캐릭터뿐이다.

김성룡 과장을 연기하는 남궁민은 삥땅을 치러 경리과장으로 들어왔지만, 회사의 구조적인 비리를 보고 본의 아니게 점점 ‘의인’이 돼간다. 열심히 일하는 일반 직원들이 힘들어지는 것은 기업 상층부의 몇몇 인간들때문임을 파악하고 직원들을 구해낸다. 작은 비리가 큰 비리를 몰아내는 ‘김과장’은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선사하는 일종의 블랙코미디다. 똘끼충만한 돈키호테 같은 김과장이 폭력적인 조직 시스템에서 직원들을 구제할 때마다 시청자들은 90년대 극장 관객들처럼 박수를 치게 된다.

‘힘쎈 여자 도봉순’은 연약한 박보영(도봉순 역)에게 여성과같은 사회적 약자를 구제할 수 있는 괴력을 줘 통쾌함을 안긴다. 고졸 백수 박보영은 취업이 안돼 불안에 시달리는 게임회사 CEO 안민혁(박형식)의 개인 경호원으로 그의 사적 영역까지 들어간다. 박보영은 현실속에서는 부끄러움을 타지만 극중에서는 남자들을 한 방에 날려버린다. 닭싸움을 하며 남자의 꼬리뼈를 부러트리기도 한다. 그런데 남자가 봐도 유쾌하고 통쾌하다.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박보영이 이 역할을 하니 더욱 재미 있다. 박보영은 미스터리 구조인 이 드라마에서 초능력을 활용해 여성 살인마를 잡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준다.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에서 씨종 아모개(김상중)의 유지를 잇는 아들 길동(윤균상)도 양반(사대부)과 천민(백성)의 구도가 요즘 갑의 횡포에 맞서는 을의 반란으로 읽을 수 있다. 이건 몰상식과 상식의 대결이기도 하다. 괴력을 가진 ‘아기장수’ 길동이가 억울하게 당하는 백성을 구해줄 사이다 역할을 하고 있다.

‘김과장’과 ‘도봉순’ 이전에도 작은 영웅들이 있었다. 법은만인에 평등하다는 명제가 무너지면서 매번 당하는 약자 서민의 편을 들며 기득권 권력의 횡포에 맞선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대표적이다. 현실에서는 찾기 힘들기 때문에, 약자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정의감 넘치는 조들호(박신양 분)에 매료됐다. ‘김과장’과 ‘도봉순’ ‘조들호’가 모두 주인공의 원맨쇼 형태를 띠고 있는 것도 그래서이다. 답답한 현실에는 작은 영웅이 활약하는 사이다 드라마가 잘 먹힌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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