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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 트럼프 시대, 헤지펀드 행동주의에 대비해야
미국 트럼프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달라지는 정책변화에 많은 나라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주로 통상정책에 집중돼 있지만 자본시장 정책변화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이칸엔터프라이즈의 칼 아이칸 회장이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관련 특별자문관에 임명되었기 때문이다. 아이칸은 지난 40년 동안 주주보호 명분으로 기업 경영진과 대립각을 세워온 대표적인 ‘행동주의 헤지펀드’다.

헤지펀드는 투자한 회사의 경영에 적극 개입해 주주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경영자에게 대량의 자기주식 취득 또는 배당, 주요자산의 분할 및 매각을 추진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여의치 않으면 경영진 교체를 시도한다.

대선과정에서 트럼프의 강력한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헤지펀드 행동주의를 단기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먹튀(hit-and·run)’라고 비판하며 규제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해 왔다. 일부 투기성향 주주들에게만 이익일 뿐 대부분의 주주들과 근로자, 회사의 장기이익을 오히려 훼손시켜 미국 경제의 장기적 성장기반을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아이칸은 이러한 규제움직임에 반대하며 대기업에 대한 헤지펀드의 권한강화를 위해 엘리엇 매니지먼트 등 다른 헤지펀드들과 함께 로비단체를 작년에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아이칸이 행정부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되자 미국 기업들이 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 기업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엘리엇과 아이칸은 우리와도 인연이 깊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면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아이칸은 2006년 KT&G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며 배당과 지분매각 차익 등으로 약 1500억원의 이익을 실현하고 철수한바 있다. 이렇게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이 외국 투기자본의 공격을 받자 당시 많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물론 헤지펀드가 기업 경영에 적극 개입하며 단기적 주가를 상승시키는 것 자체를 바람직하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현재 헤지펀드들은 공정한 경영권 경쟁을 위해 마련된 주식대량보유(5%) 보고의무를 교묘히 회피하는 등 경쟁질서를 훼손시키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헤지펀드 행동주의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 들어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세계 각국은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으로부터 자국 기업 경영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에 적극적이다. 공격과 방어의 균형을 맞춰 자본시장에서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만들어 주기 위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나라에는 있는 경영권 방어제도의 도입논의 조차 없다. 투기자본의 경영권 개입을 우려해 다른 나라들에서는 도입하지 않거나 개별기업의 선택에 맡긴 제도들을 강요하는 상법개정안 논의만 있을 뿐이다. 방어할 ‘방패’는 없는데 공격하는 ‘창’만 날카로워 지고 있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이중적 역차별이 우려된다. 트럼프 시대에 확산될 헤지펀드 행동주의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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