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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급변하는 전통 가치관, 정책 대응 한박자 앞서야
가족 결혼 등에 대한 한국민의 전통적 가치관이 최근 10년 사이 현저히 바뀌고 있다는 보고서가 눈 여겨 볼만하다. 가족이 우선이라는 가치의 중심이 점차 ‘나’로 이동되고 있으며,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생각이 확산 추세라는 게 그 요지다. 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젊은이와 여성 사이에 이런 경향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2006년과 2016년에 각각 실시한 설문조사를 비교 분석한 결과가 그렇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초저출산이 고착화되는 등의 사회 구조 변화도 이런 맥락에서 기인하고 있다. 관련 정책 접근의 발상이 확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구체적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 변화의 흐름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가령 자신보다 가족의 안녕과 이해를 우선해야 한다는 데 찬성하는 비율이 79.9%에서 60% 대로 뚝 떨어졌다. 종전 ‘대다수’에서 이젠 ‘절반 좀 넘는 수준’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버지의 권위 존중도도 6% 포인트 이상 줄었다. 56%였던 ‘가계를 이을 아들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아예 절반 이하(40.8%)로 내려갔다. 가부장적 권위와 남아선호 등 전통적 가족가치관의 쇠퇴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결혼과 출산 부문 상황은 심각할 정도다. 결혼을 아예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결혼한 여자가 더 행복하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비율이 46.4%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10년 전에 비해 무려 10%포이트 이상 떨어진 것으로 결혼은 더 이상 행복의 필수 요건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나마 여성 4명에 1명꼴(24.5%)은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대답이다. 10년전(12.4%)에 비해 딱 두배로 늘었다. 앞으로는 그 폭이 더 커질 게 분명하다. 출산율이 세계에서 꼴찌를 맴돌지만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저변에는 이런 가치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가치관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관련 정책이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경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 이른바 혼밥 혼술족을 겨냥한 경량, 소량 상품이 봇물을 이루는 등 기업들은 사회구조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대책 등 정부 정책도 마찬가지다. 한 박자 빠른 대응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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