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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황엔 ‘왕’…만두, 트렌드를 빚다
냉동만두 출발점은 도투락, 만두파동 거치며 프리미엄 건강식 급성장…간편식 열풍 타고 왕교자 전성시대

겨울은 전통적으로 ‘만두의 계절’이었다. 속이 꽉 찬 우윳빛 고기만두를 넣은 떡국으로 새해 첫 날을 맞는다. 따뜻한 왕만두를 두 손 가득 들고 호호 불며 한 입 배어 먹는 추억도 대개 겨울에 쌓인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만두는 겨울철 소비량이 특히 높다. 현재 업계 1위 매출을 달성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의 히트상품 비비고 왕교자는 2015년 12월 겨울 성수기 단일 브랜드 최초로 월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최근엔 계절을 불문한다. 위상도 달라졌다. 이제 만두는 ‘국민 간식’ 반열에 올랐다. 1인가구, 혼밥족의 증가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 식사 대용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만두는 “가격 대비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식품 중 하나”라고 입을 모은다. 사먹는 것이나 손수 만들어먹는 것에 맛이나 품질 차이가 거의 없는 식품으로 격상됐다. 과거 ‘쓰레기만두’ 파동의 아픔 이후 이젠 그 어느 식품 못지 않은 ‘건강식’으로 떠올랐다. 조근애 CJ 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만두는 탄수화물 안에 고기 단백질, 각종 야채 등 모든 영양소가 들어있다”며 “영양성분을 분석하면 완전식품에 가깝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만두 수요가 높아지자, 현재 국내 만두업계는 유례없는 기록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전무후무한 시장 경쟁이 한창이다. 30년 만에 교자만두 최강자가 교체됐고, 속재료의 다변화로 하루가 멀다 하고 신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만두의 시작 ‘도투락‘, 고비는 만두파동

국내 만두시장은 지난 30여년 간 잠잠한듯 흥미로운 변화로 꿈틀댔다.

냉동만두 시장을 이끈 출발점은 지금은 사라진 도투락 만두다. 도투락 만두는 1980년대 초 등장했다. 도투락 만두의 유통사는 다름 아닌 해태였다. 당시엔 냉동제품 유통에 어려움이 많아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해태가 만두시장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만두와 함께 냉동식품 시장은 성장했지만, 초창기 냉동만두 시장은 값싼 제품을 중심으로 형성돼 부정적 인식이 컸다. 1980년대만 해도 저렴한 원재료에 맛을 내기 위한 조미료 등 첨가물이 들어가기도 했다.

그 와중에 2004년 쓰레기 만두 파동은 업계에 큰 상처를 남겼다. 잘못된 수사와 오보로 인해 값싼 자투리 야채가 들어간 만두가 쓰레기 만두 오명을 썼다. 당연히 여파가 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시 사건으로 냉동만두는 저가 제품, 저질 상품이라는 불신과 편견이 커졌다”며 “이 사건으로 파산한 식품업체들도 상당했다”고 말했다.

20년간 만두를 연구한 조근애 CJ 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수석연구원 역시 “쓰레기 만두 파동은 정말 난감한 사건이었다”라며 “한 업체 때문에 전체 만두 시장이 쓰레기 만두로 인식됐던 때였다”고 떠올렸다.

이후 만두가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성장하기까지 10여년이 걸렸다. 현재 시중에 판매 중인 대다수 만두는 건강한 속재료를 강조해 ‘믿고 먹는 만두’ 시대를 열고 있다.



만두 시장에도 트렌드가 있다?

1980년부터 1996년까지 시장은 교자만두와 같은 단순 상품이 대다수였다. 1997년부터 군만두, 손만두 등 다양한 제품이 출시됐고, 수제 위주로 제조되던 물만두도 2001년 양산설비의 개발로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대량 생산이 시작됐다. 2012년은 교자만두, 군만두, 물만두, 왕만두 등 만두시장에 4개의 카테고리가 생긴 해다.

조근애 CJ 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수석연구원에 따르면 만두 트렌드는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 경기 현황을 흐름을 같이 한다.

2000년 이후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차츰 높아질 때 물만두의 인기가 시작됐다. “고기 함량이 높고, 생야채가 들어있는” 수제 물만두가 건강한 식재료를 향한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합했다. 2002년부터 2006년 사이 물만두의 수요가 높았다.

2006년부터 2008년 사이는 군만두 시장이었다. 가사노동 시간의 단축을 요구하는 바쁜 현대인, 맞벌이 부부의 증가는 단연 조리편의성에 대한 요구로 이어졌다. 간편하게 구워먹는 군만두가 인기를 모은 것은 이 때문이다. 경기불황이 이어질 땐 ‘왕만두’가 특히 인기를 모았고, 웰빙 바람이 불자 만두업계에도 프리미엄 건강식이 강조됐다.



불황엔 ‘왕(王)’…왕만두, 왕교자의 시대

길고 긴 불황의 여파는 왕(王)만두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전문점에서만 만들기 시작했던 왕만두가 등장한 것은 2008년이었다. 이후 2012년 무렵이 왕만두의 전성시대였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당시엔 경기불황으로 소비자들이 푸짐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던 때”라고 말했다. 불황 속 소비심리의 여파로, 70g이상의 커다란 만두가 포만감을 줬다. 당시 시장의 대다수를 장악한 교자만두는 13g이었다.

이 시기 거리에서도 왕만두는 인기였다. 거리마다 찜통에 넣고 찐 왕만두를 1000원에 판매하며 불황 속 빠듯한 살림살이를 이어가는 서민들의 대표 간식으로 떠올랐다. 단지 간식이 아니라 다른 빵에 비해 영양성분도 풍부해 식사 대용으로도 인기였다. 심지어 왕만두 가게가 창업 희망 1순위 업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2014년에 접어들면서 왕만두의 인기가 왕교자로 이동했다. 13g에 불과했던 교자만두가 3배 이상 커지며 ‘왕교자 시대’가 열렸다. 시장 역시 ‘세대교체’ 됐다. 30년간 교자만두 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해태 고향만두가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왕교자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확 달라진 만두 크기와 꽉 찬 속재료를 통해 ‘프리미엄 만두’ 시장이 시작됐다.

왕교자의 인기는 ‘현재진행형’이다. 2013년 12월 등장한 비비고 왕교자의 인기로 현재 만두시장은 ‘왕교자’가 완전히 장악했다. 교자만두 시장은 2013년 983억원에서 2015년 1618억원으로 2년 만에 64.6%나 성장했다.

CJ 제일제당 관계자는 “간편식 소비 트렌드와 요리방송(쿡방) 열풍 영향으로 푸짐한 형태의 왕만두보다는 간단하게 굽거나 데워먹는 취식 행태가 증가했다”며 “다양한 요리에 활용이 가능한 교자만두, 특히 왕교자 타입 제품으로 시장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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