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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형식도 내용도 적절치 않은 朴대통령의 언론 접촉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사태와 관련한 의혹 해명 인터뷰를 한 인터넷 매체와 가졌다. 탄핵 위기에 처한 박 대통령도 자신의 입장을 항변할 권리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입장 표명은 내용과 형식 모든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1일 느닷없이 청와대에서 신년기자간담회를 통해 일방적인 주장을 펼쳐 여론의 곱지않은 시선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도 마치 기습공격하듯 장외여론전에 나서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위기에서도 당당해야 할 대통령의 처신이 아니다.

우선 형식과 절차가 부적절하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특정 매체와 언론인을 상대로 단독 인터뷰를 한 형식부터가 그렇다. 누가봐도 공정하지 않다. 물론 박 대통령도 억울한 게 많을 것이다. 실제 근거없는 루머가 난무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진행중인 헌재 심리와 특검조사를 통해 입장을 설명하고 억울함을 토로하는 게 상식적인 절차다. 그리고 한치 가감없이 사태의 전말을 밝혀야 한다. 그게 헌정 사상 가장 많은 득표로 대통령을 만들어 준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그런데 검찰 조사 요구는 거부했고, 특검 출석도 ‘검토’만 하고 있다.

내용면에서도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앞 뒤가 맞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있다”며 이른바 ‘음모론’에 동조했다. 하지만 그 근거는 아무것도 내놓지 않았다. 게다가 내용의 상당부분을 ‘청와대 굿’, ‘향정신성 약물 중독’ 등 본질과 동떨어진 사안에 할애했다. 그러면서 정작 세월호 7시간, 블랙리스트 등 관심 사안에 대해선 아무 언급이 없거나 부인으로 일관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의혹이다. 권력을 앞세워 기업들로부터 수백억원을 갹출해 최 씨 등이 마음대로 주무르게 하도록 밀어줬다는 것이다. 이 대목 또한 질문도 답변도 없다.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입을 닫아버리려면 아예 처음부터 나서지 말았어야 했다.

지금 나라는 그야말로 만신창이다.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로 굴러는 간다지만 국정은 사실상 마비상태다. 경제는 연신 고꾸라지고 있다. 정치권 관심은 온통 차기 권력의 향방에만 쏠려있다. 이런 위기를 초래한 당사자는 박 대통령이다. 지금이라도 특검 조사에 성실히 임해 하루라도 빨리 국정이 정상화되도록 협조하는 게 그나마 대통령의 품위를 지키는 것이다. 얄팎한 정치적 꼼수로 당장의 위기만 모면하려 든다면 되레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든다는 걸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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