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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재정 고민없는 퍼주기 건보료 개편방안
도무지 될까싶지 않던 정부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방안’이 나왔다. 23일 공청회를 열고 5월께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는데 내용이나 방향은 차치하고 정부의 추진일정 발표만으로도 반갑다. 국정과제로 삼아 별도의 기획단까지 꾸려가며 3년 넘게 진행되던 개편작업이 2015년 연말정산 파동이후 돌연 중단되고 또 다시 1년을 허송한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그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불합리성에 대한 원성은 너무도 높았다. 1977년 도입된 이후 40년간이나 큰 손질없이 유지됐으니 별 탈이 없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건강보험공단에 쏟아지는 민원이 지난해 7월까지 무려 4300만 건이다. 연간으로는 8000만건에 육박한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의 최대 고민중 하나가 건강보험이다. 재산많은 일부 은퇴자는 건강보험료를 적게 내려고 위장취업하는 경우도 있다. 하긴 반지하 셋방의 보증금 500만원을 재산이고 송파 세모녀에게 월 5만원의 보험료 폭탄을 떨어뜨려 생활고로 자살하게 만드는 게 현재의 건보료 부과체계다.

정부의 이번 개편안은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취약계층의 부담을 완화한다는 게 골자다. 소득이 많은데도 직장에 다니는 가족에 기대 보험료를 한푼도 내지 않던 무임승차족들이나 저소득층임에도 전세,차 있다고 연간 수십만원의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 불합리성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지적된 문제들을 바탕으로 마련된 개편 방안이니 방향이나 내용은 타당하다. 하지만 문제가 없지 않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대한 고민이 너무 가볍다. 징수의 증가분에 비해 수혜의 폭이 너무 크다. 정부는 개편 작업이 끝나면 지역가입자의 80%(606만 세대)가 보험료 인하 혜택을 보는 대신 피부양자 47만 세대, 직장가입자 26만 세대의 부담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이로인해 앞으로 6년간 매년 9000억원씩의 보험료가 펑크나고 그 이후 2024년까지는 무려 2조3000억원씩 손실이 난다. 보건복지부는 그걸 20조원가량 확보된 건강보험 적립금으로 막겠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부정수급 방지 등으로 새는 돈을 막고 소득파악률을 높여 보험료를 더 걷겠다지만 그건 희망사항이다.

적어도 재정 중립 상태에서 개선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재정 효율화를 통해 생기는 여력은 수년째 60% 조금 넘는 선에서 답보상태인 건강보험의 보장 수준을 높여야 한다. 미래를 보지 않는다면 그건 개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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