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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갓난 아이에게 항생제 마구 먹이는 나라 ‘한국’
박병주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팀이 미국 보스턴 아동병원 연구팀 등과 공동으로 세계 6개국(한국, 독일, 이탈리아, 노르웨이, 스페인, 미국)의 영유아 대상 1인당 항생제 처방 건수를 비교 분석해 내놓은 결과가 충격적이다. 한국의 갓난 아이들이 연평균 3.41건의 항생제를 처방받는다는 사실 자체도 놀라운데 비교 대상국인 이탈리아(1.50건), 스페인(1.55건), 미국(1.06건), 독일(1.04건), 노르웨이(0.45건)를 압도함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항생제 처방률이 낮은 노르웨이(0.45건)보다는 무려 7.6배나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페니실린’ 처방률이 9.8%로 꼴찌다. 다른 나라들은 20~60%대다. 그만큼 페니실린에 내성을 가진 균이 많아 이보다 강력한 항생제를 많이 쓴다는 얘기다. 한국의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더 강력하고 더 많은 항생제의 홍수 속에서 자라난다는 게 거듭 입증된 셈이다. 항생제 후진국 한국의 개선대책이 시급함을 말해주는데 이보다 더 강력한 지표는 없을 듯싶다.

정부는 2008년부터 항생제 안전관리를 해 오고 있다. 지난해엔 5년 후 감기의 항생제 처방률을 절반으로 줄이고, 보건 및 축산 영역의 중요 항생제 내성률을 10∼20%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 5개년 계획’도 발표했다. 그 덕분에 많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은 여전히 세계적으로 항생제 사용량이 유난히 높은 나라다. 하루에 1000명 중 31.7명이 항생제를 처방받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수준이 비슷한 나라 12개국 평균 23.7명을 크게 웃돈다.

무엇보다 의료계의 자성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목표 달성이 요원하다. 없는 병도 만들어 약을 먹게 하는게 우리 의료계다. 고혈압 당뇨병의 기준을 낮춰 약물 투여군을 2배나 늘리는게 대표적이다. 단 번에 질병을 치료해 좋은 의사라는 평판을 얻고자하는 목적의 투망식 처방도 사라져야 한다. 어떤 약이든 걸려서 나으라는 식의 과도한 처방속 일부가 항생제이기 때문이다.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세균감염과는 아무 상관없는 감기에 항생제를 처방하는 비율도 여전히 40%대다. 70%를 넘던 시절도 있었다. 건강보험 재정에서 약품비 비중이 OECD 최상위인 30%에 육박하고 이중 10% 가까이가 항생제 비용이다.

모든 약은 독이다. 결국 사용량이 문제다. 그중에 대표가 항생제다. 항생제 관리가 중요한 국책과제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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