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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폭행 당한 자국민에게 절차만 강조한 현지 공관원
대만 여행을 하던 한국인 20대 여성 3명이 현지 택시기사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택시를 타고 야시장 구경을 가던 중 운전기사가 수면제를 탄 요구르트를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뒤 몹쓸 짓을 저질렀다고 한다. 비교적 치안이 완벽한 편이어서 한국인이 즐겨찾는 해외 여행지로 알려진 대만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충격이 더 크다.

성폭행 사건만 해도 진정이 어려운 일인데 이번에도 피해자 신고를 받은 현지 한국 대표부 직원의 성의없는응대 논란이 또 불거졌다. 피해자들은 사고를 당한 이틑날에야 겨우 정신을 차려 주 대만 한국대표부에 신고 전화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직원이 “자는 데 이 시간에 왜 전화를 하느냐”는 듯한 투로 답변을 했다는 게 신고한 피해 여성의 주장이다.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낯선 외국에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라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현지 한국 공관이다. 그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재외 공관의 최우선 임무다. 헌법에도 국가는 재외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2조 2항)고 분명히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그걸 귀찮게 여긴다면 재외 공관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



외교부는 즉각 ‘불친절 응대’는 없었다고 밝혔다. 성폭행 피해에 대한 신고 여부를 결정한 뒤 신고할 경우 대표부로 다시 연락을 해 달라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물론 절차적으로는 그렇게 하는 것이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엄청난 일을 당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경황이 없는 피해자들에게 할 조언은 아니다. 전화를 받는 즉시 곧바로 달려가 다친 곳은 없는지 보살피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주는 게 정상이다. 이후 피해자들은 우리 현지 대표부에는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만큼 대표부 직원의 응대에 깊은 상처를 받았다는 얘기다. 오죽하면 스스로 현지 경찰서를 찾아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신고를 했겠는가. 그 순간 피해자들에게 한국 정부와 국가는 없었다.

부실한 재외국민 보호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예는 차고 넘친다. 온두라스에서 살인혐의로 1년 넘도록 구금된 한지수씨 사건이 대표적이다. 태국에서 졸지에 마약사범으로 몰렸지만 2년 가까이 우리 대사관 관계자와 면담 한번 못한 경우도 있다. 이래서는 정부를 믿고 마음 놓고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겠는가. 외교 당국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보다는 공관원에 대한 재교육과 재외국민 안전 보호 시스템을 재점검하는 게 우선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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