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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권력의 요구 거부할 간 큰 기업 얼마나 될까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단 집으로 돌아갔다.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피의자 신분으로 12일 오전 특검에 출석해 22시간의 강도높은 조사를 받았다. 이전에 없던 일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을 다시 부르지는 않겠지만 조사 내용을 검토한 뒤 신병처리 방침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경우에 따라 사법처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삼성이 한 발 더 벼랑 끝으로 몰리는 모습이다.

특검은 출석한 이 부회장을 상대로 최순실 일가에 대한 삼성의 지원이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 결정 대가인지를 집중 추궁했다고 한다. 반면 이 부회장은 권력 최상부의 강압적 요구에 따른 것으로 대가성은 전혀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누가 옳고 그른지 최종 판단은 법원이 할 것이다.

하지만 그 판단기준은 철저히 증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특검이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예단과 정황만으로 수사를 몰아가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그룹의 실질적 수장이 수사기관 포토라인에 서는 것만으로도 기업 이미지 훼손은 엄청나다. 경쟁력 저하는 물론 국가 신인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우리 경제가 좀처럼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더욱 신중한 특검 수사가 요구되는 이유다.

아울러 특검이 고려해야 할 대목은 권력과 기업의 관계다. 두말할 것 없이 권력은 기업에 대해 절대 ‘갑’이다. 권력이 추진하는 역점 사업에 출연을 요구하는데 단언컨대 이를 거부할 기업은 없다. 권력에 잘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밉보이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너무도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미르ㆍK스포츠재단은 물론 최씨 일가 지원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삼성 외에도 내로라하는 수십개 기업이 수백억원을 출연했지만 누구도 반대 급부를 받아다는 소리는 아직 듣지 못했다. 압박을 느껴 돈을 건넸다고 해도 공여자 역시 처벌을 받은 판례가 있다지만 법률적 해석일 뿐 실제 상황은 판이하다.

무엇보다 권력이 기업의 곳간을 기웃거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히 끊어내는 계기가 돼야 한다. 특히 정치권의 각성과 다짐이 선행돼야 가능한 일이다. 차기 대선주자들이 먼저 그 약속에 동참해야 한다. 기업 역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당당하고 투명한 경영 환경이 만들어지면 어떤 권력도 감놔라 배놔라 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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